글 | 정 호 재
.
● 2023년, 관심이 식은 미얀마 양곤에 관하여
● 극도로 좁은 미얀마 항공(MAI) 타고 서울서 양곤으로
● 지난 1년간 미얀마는 어떻게 변했을까?
1년 전인 2022년 5월, 그 한 달을 꼬박 미얀마 양곤에서 보냈더랬다.
아마도 6번인가 양곤 시내 호텔을 메뚜기처럼 이동했다. 당시 미얀마 호텔은 하루 3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다. 쿠데타와 코로나 후폭풍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양곤 시내가 쥐죽은 듯 조용했기 때문에, 호텔들은 식당 문을 닫고 최저가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의 폐쇄 때문인지 호텔에 비치된 수건은 수년간 교체 없이 사용되어 돌표면처럼 딱딱했다. 특별이 외국인을 만나줄 현지인도 거의 없었다. 그렇게 별다른 약속이 없었기에 4일 간격으로 한 번씩 호텔을 바꿔가며 양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활력' 대신 '가난'
당시 2022년의 양곤의 모습은 '가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2020년에 이 곳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양곤의 키워드는 '활력'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에너지 넘치는 미얀마 사람들의 생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불과 2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도시 전체가 가난해진 것이다. 거리엔 헐벗은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도로는 청소가 되어 있지 않고,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방치되어 있었으며, 원래 허름했던 건물의 외관도 부쩍 더 피폐해 보였다. 2021년 쿠데타와 연이은 대규모 코로나 감염 사태가 낳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였던 것이다.
2022년 5월을 견디고 6월초에 양곤에서 방콕으로 벗어났는데, 당시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미쳐 기록을 충분히 하지 못한게 이후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핑계도 있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곳을 싸돌아다녔지만, 모든 게 낯설고 정치 상황 파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즉, 내가 귀동냥으로 듣는 미얀마에 대한 설명이 "사실"인지 구분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1년이 지난 2023년 4월, 다시 한번 양곤을 찾기로 했다. 마침 지난해 받아 둔 1년 비자가 딱 10일을 남겨 둔 상태였다.
다시 한번 양곤으로
2022년 하반기, 미얀마 입국을 위한 "비자"의 조건이 대폭 완화되었다. 1년 전엔 오로지 "비즈니스 비자"만 허용이 되었는데, 이제는 관광 비자도 온라인으로 발급이 된다. 누구라도 쉽게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장벽이 하나 있다. 다른 나라에 없는 "국가, 안전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류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단기의 경우 약 6~9만원 정도를 비자와 별도로 결제해야 한다. 여기에 호텔을 예약하고 출국 비행기표까지 예매하면 입국의 준비는 모두 끝이 난다. 서류를 한 뭉치 잔뜩 출력해 인천공항으로 가 힘겹게 출국 수속을 마친다.
미얀마 항공은, 한눈에도 가난함이 눈에 띤다. 미얀마의 상황을 함축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니까 국적 항공사는 그 나라의 경제적 문화적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가 된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관광" 산업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국적기에 적잖은 투자가 이루어 지기 마련이다. 비행기의 연령 역시 그리 낡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미얀마 항공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일반석 좌석이 너무 비좁다. 7시간을 비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좁은 곳에서 낑겨 가다가는 허리와 관절에 무리가 오겠다 싶은, 비좁음이다. 여트 저가항공과도 비교가 안된다. 아마도 내가 일평생 타 본 비행기 가운데 가장 낡고 좁은 비행기일 것이다.
게다가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는 쉽게 덜컹거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날개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요동치는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가격은 착하지 않다. 편도 비행기 표만 500달러, 약 70만원에 달한다. 비싼 표다. 비자값과 보험료 항공료를 고려하면 그 누구도 쉽게 미얀마에 올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승객의 상당수는 사업가 차림 보다는 노동자로 채워진 것 같다.
걱정되는 입국수속
이번 입국은 한 가지 더 걱정되는 대목이 있었다. 지난 1년간 필자가 적잖이 미얀마 관련된 글을 쓰고 방송에서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런 문제로 입국이 불허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글쟁이 특유의 소심함과 걱정스러움이 모락모락 피어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텐데, 설마 그 정도로 문제가 될까, 하는 낙관적 생각이 피어날 무렵, 아주 간단하게 수속이 끝나 버렸다. 괜한 걱정이었을까.
공항을 나와 20달러를 주고 4만짯 환전을 했다. 현재 공식 환율은 1달러에 2100짯. 암시장에선 2500 정도를 하기에 밖에서 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유심과 택시비를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환전이 필요했다. 10 달러를 주고 유심을 하나 사고, 7달러를 주고 택시비를 하니 순식간에 20달러가 나갔다. 공항의 물가는 어디나 비싸다. 아마도 양곤의 유심가격은 전세계적으로 봐도 비싼 가격에 속할 것이다.
택시를 타고 양킨 호텔 Yankin Hotel로 향했다.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어둡기만해서 과연 내가 이 곳에 도착한 것인 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호텔에 짐을 풀고 인근 매장에 가서 맥주 한 캔과 소시지 두 개를 사서 가볍게 요기를 했다. 소시지 맛이 시큼하다. 과연 언제 제조된 소시지 일까 하는 걱정도 잠깐 잠이 쏟아진다. 1년만에 연락을 드리는 양곤의 지인분들의 카톡의 답신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며 잠자리에 든다. (계속)
연재기사
2023년 양곤 2일차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