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23 총선, 충격적 결과 분석 ②

작성일 | 2023년. 5월 20일

● 군부 여당의 분리로, 지지자 집결 못한 패착
● 탁신당 프어타이당은 탁신의 귀국 논란으로 지지 감소
● 전진당, 비례대표 선거에서 프어타이당에 400만표 이상 앞서


여당의 패배

여권의 분열은 일찍이 친 군부 보수정당의 몰락을 예견하게 했다. 여권의 맹주는 팔랑쁘라차랏당이다. 2014년 쿠데타 후 처음 치러진 2019년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파벌연합으로 급조된 팔랑쁘라차랏당은 당권투쟁이 심화되던 중 쁘라윳 총리마저 지지자들과 함께 신생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United Thai Nation)으로 옮겨감으로써 당세가 급격히 약화되었다.

쁘라윳 총리 자신은 헌법상 최대 8년까지만 허용된 총리임기 제한규정에 따라 재당선되더라도 2025년 4월 6일까지 임기가 제한되어 총리직을 절반밖에 채우지 못 할 정치적 핸디캡을 안게 되었다. 여권의 핵심세력은 분열되었으며 총선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전 2019년 총선에서 116석을 확보했던 팔랑쁘라차랏당과 루엄타이쌍찻당이 얻은 양당의 의석수는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앞으로 연정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쥘 제3당으로 부상한 품짜이당은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간의 정치적 갈등이 만성화 되고 있는 정치 상황 속에서 중도정당으로의 적절한 자리매김이나 정치적 양극화를 지향하는 정책 등이 호응을 얻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품짜이타이당은 앞으로 연립정부 구성 시 가장 선택지가 넓은 정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중립적 정치성향을 갖는 아누틴 찬위라꾼(Anutin Charnvirakul, 1966년생) 대표는 때때로 차기총리 다크호스로 부상되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1946년 창당 이후 태국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의 고비마다 중요 역할을 담당했던 쁘라차티빳당은 관료화된 정당구조, 경직된 연공서열제, 지역 연고주의 등이 당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당 대표 리더십의 위기와 당내 갈등(쁘라윳 총리 지지파와 반대파 갈등)으로 많은 당내 중진들도 당을 떠났다. 2019년 총선에서 쁘라차티빳당은 53석을 얻은 바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석수(25석)를 얻는데 그쳤다. 총선 직후 당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야당의 경쟁 속 돌풍: 까우끌라이당 vs 프어타이당

이번 총선은 여권의 핵심세력이 분열된 가운데 치러져 일찌감치 야권의 승리가 예상되었다. 그래서 여야의 대결보다는 야당간의 대결에 관심이 쏠렸다. 그것이 에스컬레이션 효과를 내 야당 돌풍이 일어났다.

하지만 야권의 속사정은 달랐다. 까우끌라이당은 예상 밖으로 선전하여 기대치보다도 높은 성과를 얻었으나, 선거정국 내내 압도적 제1당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프어타이당의 성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까우끌라이당은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에게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새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확실하게 유권자에게 각인시켰다. 변화만이 살 길이라는 캠페인 “쁠리얀 쁘라텟타이 빠이 두어이 깐”이 상당한 공감대를 끌어냈다.

또 까우끌라이당은 MZ세대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벌였다. 형법 112조 개정 등 왕실 개혁에 대해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쿠데타 방지와 군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국방정책-징병제 폐지, 군 규모 축소, 장군 수 감소-의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면서 왕실과 군부 정책에 대해서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프어타이당과 차별화 했다. 민주헌법으로의 전면개정, 도지사 직선을 통한 지방분권제 확립, 중소기업진흥, 독점적인 기업환경 제거, 징병제폐지, 동성결혼합법화, 토지개혁, 부채재조정 등 이념적이고 진보색이 강한 정책들을 제시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탁신당'의 실수

프어타이당은 선거전략상 몇 가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고 평가된다. 선거 며칠 앞두고 발표된 탁씬의 귀국발표는 양날의 칼이 되었다. 까우끌라이당으로 갈 표를 끌어온 측면도 있으나 그보다 탁씬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그의 귀국소동으로 인해 2006년 쿠데타 이후 극심한 친탁씬(레드셔츠)과 반탁씬(옐로셔츠)의 갈등이 빚어낸 정치혼란을 두려워하는 유권자의 표를 더 많이 뺏겼다.

탁씬 전 총리는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오는 7월 74번째 생일 이전에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까우끌라이당의 상승세로 프어타이당이 압승이 어렵다고 보고 자파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제스춰였다. 2008년 부정부패 등의 혐의 재판을 앞두고 그는 해외로 도피했고, 법원은 지금까지의 다양한 사건의 궐석 재판에서 모두 징역 12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

프어타이당이 쁘라윗 대표의 팔랑쁘라차랏당과의 연정설을 조기에 차단 못한 것도 패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프어타이당이 현 집권여당인 친군부 팔랑쁘라차랏당과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물론 탁씬과 패텅탄은 직접 그 가능성을 부인한 바도 있다. 팔랑쁘라차랏당도 야당인 프어타이당과 연정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추곤 했다. 쁘라윗대표는 친군부세력과 반군부 개혁세력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중재역할이 필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자주 던져 총선 후 연정구성을 위한 정치적 입지를 넓혀두고 있었다. 자신은 쁘라윳과 달리 2014년 쿠데타에 직접 가담한 것이 아니란 주장을 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선명성, 전진당

이에 반해 까우끌라이당은 친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이나 루엄타이쌍찻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단호히 배제하면서 선명성을 과시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냈다.

까우끌라이당은 유사한 정치적 목표를 가진 프어타이당과의 차별화 전략에 고심했다. 1인 2표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분리해서 양당에 골고루 투표하도록 유권자를 유도하겠다는 선거전략도 그 하나였다. 이러한 전략덕분에 이번 선거에서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까우끌라이당은 프어타이당보다 지역구에서는 1석 차이로 이겼으나 비례대표 의석은 무려 10석이나 많았으며 프어타이당과 비례대표로 얻은 표차가 400만표 이상이나 됐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25명의 의석(하원 전체 의석수의 5%)을 확보한 정당은 최대 3명의 총리후보를 추천 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프어타이당은 총리후보로 3 명을 추천한 반면에 까우끌라이당은 피타 당대표 1명만 추천했다. 프어타이당은 패텅탄 외에 또 다른 유력 총리후보로 쌘씨리 부동산개발업체의 쎗타 타위씬 회장(Srettha Thavisin, 1963년생)을 추천했다.

그는 패텅탄 총리 후보를 대신할 히든카드로도 불린다. 선거기간 중 득표 전략으로 탁씬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패텅탄을 첫 번째 총리 후보로 내세웠지만, 국가의 산적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 경륜이 많은 쎗타로 후보 교체를 할 가능성도 컸다. 그는 특히 프어타이당이 제1당이 되고 연정구성과 총리선출 때 반 탁씬 상원을 달래기 위한 카드이기도 했다. 경제전문가인 그는 CEO만을 국한한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패텅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러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탑 4위안에 들어 패텅탄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켜 선거전 종반에 접어들어 패텅탄은 피타에게 총리 선호도 순위에서 밀렸다.

프어타이당 패텅탄 친나왓 후보
피타 림짜르낫 전진당 총리 후보

PS.

[③편에서 계속]

[①편 기사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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