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23년 총선 결과와 앞으로 전망 ①

작성일 | 2023년. 5월 20일

● 전진당, 방콕 32개 의석 싹쓸이하며 내각 구성권 획득
● 군부 여당, 2개로 쪼개지며 지지부진, 그 와중에 3당은 품짜이타이당
● 야권 5개 정당 의석수는 309석 vs. 여권 6개정당의 의석수는 182


[5.14 태국 총선 : 총론]

5.14 태국 총선이 끝났다. 전체 70개 정당이 출마해서 1석 이상을 얻은 정당 수는 18개 정당이고 비례대표만 1석 획득한 정당 수는 7개이다. 2019년 선거에는  77개 정당이 출마하고 1석 이상 획득한 정당 수는 26개 정당이며 비례대표 의석만 1석을 얻은  정당은 12개였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권자가 지지하는 지역구 의원 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한 표씩 행사하는 1인 2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는데 1인1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1인 2표제로 바뀌면서 하원의원을 배출한 군소정당의 수가 줄어든 것이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85%에 이르고 사전투표율도 91%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의 큰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총선 공식 결과는 투표 후 60일 이내에 발표되고 총리 선출은 7월 말이나 8월초경 이뤄질 예정이다. 앞으로 선거법 위반 사례를 조사해서 몇 석 정도는 취소되고 재선거가 치러질 수 도 있다.

2014년 쿠데타 후 치러지는 두 번째 선거이지만 이전 선거가 사실상의 게엄령 하에서 치러진 만큼 자유롭게 치러진 첫 번째 선거로 볼 수 있다. 2014년 쿠데타 후 만들어진 군사평의회(NCPO, National Council for Peace and Order)가 2019년 3월 24일 총선후인 2019년 7월 10일까지 존속됨으로써 실제로 게엄령 하에서 치러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뿐만아니라 2020년 군주제 개혁과 군부 개정 헌법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여서 그 어느때 보다 국민들 관심이 고조되었다.

총선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2014년 쿠데타이후 줄곧 권력을 유지해온 현 여권인 친군부 보수세력의 분열과 반군부 개혁세력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었다.

총선전 여야구도는 다음과 같았다. 여권의 핵심세력은 쿠데타를 주도했던 쁘라윳 짠오차(Prayut Chan-o-cha, 1954년생) 현 총리와 쁘라윗 웡쑤완(Prawit Wongsuwon , 1945년생) 당 대표가 만든 팔랑쁘라차랏당(People's State Power Party)이다. 총선을 앞두고 쁘라윳 총리는 당내 불만을 갖는 일부 인사들과 팔랑쁘라차랏당을 떠나 루엄타이쌍찻당(United Thai Nation)으로 옮겨갔다. 핵심여당이 둘로 갈라진 셈이다. 이외에 여권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품짜이당(Thai Pride Party)과 쁘라차티빳당(Democrat Party)이 있다. 이들은 보수계 정당 가운데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세력들이다.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반군부 개혁정당의 핵심은 탁씬 친나왓(Thaksin Shinawatra, 1949년생) 전 총리 계열의 프어타이당(For Thais Party)과 까우끌라이당(Move Forward Party)이다. 양 당은 이념적으로 유사한 측면을 많이 공유하고 있었지만 선거과정을 거치면서 확실한 경쟁관계로 변해갔다.

[선거결과 : 종합]

선거결과 2개의 반군부 개혁정당들이 하원 500석 중 3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했다. 일반적으로는 프어타이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개표당일 두 개의 최종 여론조사가 공개되었을 때조차도 프어타이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제1당은  까우끌라이당이었다. 까우끌라이당은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자주 사용된 선거구호인 “쁠리안 쁘라텟 타이 빠이 두어이깐” (태국을 함께 변화시키자!) 에 유권자들은 환호했다.

선거결과 까우끌라이당이 하원 500석 중 152석(지역구 113/비례대표 39)을 차지했다. 왕실모독죄(형법 112조)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운 까우끌라이당은 선거정국 종반에 접어들면서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1980년생) 대표가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고, 실제로도 예상을 뛰어넘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탁씬 친나왓 전 총리 지지 세력인 현 제1야당 프어타이당은 141석(112/29)을 차지했다. 탁씬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Paetongtarn Shinawatra, 1986년생)이 총리 후보로 나선 프어타이당은 2001년 이후 선거에서 1당 자리를 처음으로 빼앗기며 야권의 맹주 자리를 내놓을 처지가 됐다.

2006년 쿠데타 이후 탁씬이 권좌에서 물러나고 치러진 총선에서 탁씬계 정당은 모두 제1당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과반의석에 근접하거나 상회하는 위력을 보여 왔다(2001년 타이락타이당 248석→2005년 377석→2007년 팔랑쁘라차촌당 233석→2011년 프어타이당 265석). 애초 이번 선거에서는 탁씬 가문의 부활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까우끌라이당 대표인 피타가 주인공이 됐다. 한 시대를 풍미한 탁씬 정치가문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 선거였다.

프어타이당은 동북부 지역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까우끌라이당을 앞서지 못 했다. 탁씬의 고향인 치앙마이에서조차 총 10석 중 2석밖에 챙기지 못 했으며 7석은 까우끌라이당이 차지했다(2019년 총선 결과는 총 9석 중에 프어타이가 8석을 석권했다). 남부지역에서는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방콕 33개 선거구 중 32개는 까우끌라이당이 싹쓸이 하고 겨우 한 석을 챙기는데 그쳤다(2019년 선거때는 팔랑프라차랏당 12석, 아나콧마이당과 프어타이당이 각각 9석 확보). 유권자들은 동북부를 제외한 전 지역구에서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까우끌라이당을 더 지지했다. 2001년 이래 확고히 유지되어 온 탁씬 대 반탁씬 정치구도가 보수 대 개혁구도로 바뀌기 시작한 전조였다.

​구 여권의 정당 중 품짜이타이당이 71석(68/3)을 얻어 제3당으로 올라섰다. 팔랑쁘라차랏당과 루엄타이쌍찻당 등 두 친군부 정당은 각각 40석(39/1) 36석(23/13)을 얻었다. 또 다른 여권인 민주당은 25석(22/3)을 차지했는데 2019년 선거에 비해 의석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원래 야권 5개 정당 의석수는 309석이 되었고, 여권 6개정당의 의석수는 182석이 되었다.

[2편에서 계속]

피타 림짜르낫, 전진당 대표
패텅탄 친나왓, 프어타이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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