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태국인 생활 속엔 "언제나 CP"

○롯데와 닮은, 하지만 다른 태국 1등 기업
○짜런 포카판, 간단하게 씨피 그룹
○태국의 경제계 장악한 화인華人기업의 무서운 존재감

글 | 김 승 일 / IT컨설턴트

작성일 | 2015년 10월


2014년 기준 태국의 재계 1위는 센트럴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센트럴 그룹이고, 2위는 CP 그룹이다. 그런데, 대다수 태국인들의 머리 속에서는 태국 내 재계 1위는 확고하게 CP 그룹이 자리잡고 있다.

날마다 태국의 거리를 걸으면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브랜드들, 백화점이나 몰을 돌아다니면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상품들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태국의 한 회사에서 나온다. 그 회사는 바로 태국에서 가장 큰 재벌인 CP, 즉 เจริญโภคภัณฑ์, 짜런 포카판이다.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곳 태국에서 살고 있는 태국인들과 외국인들이라면 거의 날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는 회사가 바로 C.P.이다. 그 만큼 C.P.(이하 ‘씨피’)가 태국인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상상초월, 압도적 영향력

아침 출근길에 음료수를 사 마시기 위해서 들른 세븐일레븐 편의점. 이곳은 씨피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CP ALL의 주력부문으로서 2014년 기준 태국 전역에 8,000 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지역 사회에 편의를 제공한다 We serve convenience to all communities’는 태국 세븐일레븐의 비전에 걸맞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날마다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BMW M3를 몰고 다니는 옴 씨가 까만 계란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곳, 사무실 메이드로 일하는 쌩짠 씨가 자신을 데리러 온 남편을 위해 한 병의 음료수를 사는 곳이 바로 태국의 세븐일레븐이다.

이런 세븐일레븐의 주력 상품군은 바로 신선식품군인데 다양한 태국음식을 패키징한 간단한 도시락부터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삼각김밥, 그리고 태국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계란 제품까지 매우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신선식품 매대에 있는 상당수 제품들의 원재료들 또한 씨피가 보유하고 있는 목장과 양계장들에서 생산하여 CP의핵심 계열사인 CPF(CP Food)에서 가공한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들로 제조된 것들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유제품 진열대에 있는 우유와 요구르트 제품 중 일부도 씨피의 계열사인 CP-Meji에서 생산한 것들이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나오는 출구 옆에는 무수히 많은 이동전화 심카드들이 걸려 있다. 이 심카드들은 모두 태국의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트루(True)’의 것들이다. 그 규모에 있어서는 1위인 AIS와 2위인 DTAC에 밀려 3위이지만, 우수한 3G/4G 및 wifi 서비스를 기반으로 방콕을 중심으로 확장 중인데, 이 회사 역시 씨피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이다.

음료수에서 통신과 유통까지

점심 시간에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Chesꠓter’s Grill(체스터 그릴)’ 식당. 이곳 역시 씨피의 계열사이고 이곳에서 제공되고 있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역시 CP에서 생산한 제품들이다. 퇴근 길에 태국 내 가장 큰 할인점 체인인 테스코로터스에 들러 가족과 먹으려고 산 새우튀김과 물고기들 역시 씨피의 양어장에서 생산하여 가공된 제품들이다.

이 밖에도, 태국 내 소규모 식당들에서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할인점 브랜드가 바로 Makro인데, 이 또한 CP ALL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장이다.

이처럼, 태국인들이 하루 생활 중 가장 근본적인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브랜드가 바로 씨피이다. 어찌 보면, 한국에서 롯데햄우유,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후레쉬델리카, 세븐일레븐, 롯데슈퍼마켓,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면서 식음료 소비시장에서 개인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장악하고 있는 롯데와 유사한 점이 많기도 하다. 최소한 2007년까지는 씨피의 태국 내 매출비중이 전체 총매출의 75%를 상회했다는 점에서 롯데와 매우 유사했다.

그런데, 씨피와 롯데간에는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다른 점이 존재한다. 이는 두 그룹간의 태생에서부터 그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 롯데가 일본계 자금으로 제과를 시발점으로 설립된 데 반해 씨피는 중국에서 이민 온 화교가 식물 종자, 돼지고기, 그리고 계란에 대한 무역 및 비료사업을 바탕으로 설립한 회사가 그 첫 시작이다.

태국 편의점을 장악한 CP 그룹 소속 간편식 제품들 (출처: CP그룹)

앞으로도 탄탄대로?

그러다 보니, 그 시작부터 향후 발전기를 거치는 동안 롯데는 소비자 단에 근접한 사업영역만을 중점적으로 개발해 온 데 반해, 씨피는 생산자 단에서부터 소비자 단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반에 사업영역을 걸치고 있다. 결국, 축산 및 유통업을 위한 부동산 확보, 축산업, 소비재 가공업, 유통업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씨피의 막강한 경쟁력을 구축하게 되었다고 평가 받고 있다. 또한,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해외 직접투자를 통해 매출 구조가 태국 국내에 편승되는 것을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 결과, 현재는 중국 본토와 태국 인접국가에 대한 자본 투자 및 생산시설 투자도 많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태국 내 사업이 국내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물론, 사회적인 평가에 있어서는 결코 최상의 기업은 아니다. 닭고기와 돼지고기에 대한 성장촉진제 사용으로 태국 내 지식인층에서는 씨피 제품에 대한 구매 회피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최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태국 내 수산업에서 외국인 불법 노예노동 이슈도 씨피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태국으로 이민 온 중국인 1세대인 아버지와 삼촌이 만든 토대 위에서 화교 2세대인 현재의 타닌 찌아와논(ธนินเจียรวนนท์, Dhanin Chearavanont) 회장이 이끌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씨피 그룹의 발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끝)

PS.

1.아세안 각 나라의 경제 구조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 모든 나라에 소비재와 유통을 장악한 "CP" 그룹이 반드시 존재한다.

2. 미디어 산업에도 CP그룹 같은 독점 기업이 존재하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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