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대만으로 진출한 'K-치어리더'

글 | 정 호 재

작성일 | 2023년 6월

● 한국 치어리더 업계의 대표격 '이다혜' 대만으로 진출하며 주목
● 정교한 '카스트' 논리가 작동하는 '연예인 세계'....천박함과의 투쟁
● '표리부동'하고 '위선적'인 낡은 계급 의식도 극독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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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소리로 "(나보다)인기 많으면 형, 누나"라는 말이 있기에, 손쉽게 "인기가 연예인 서열의 척도"라고 오해하기가 쉽다. 연예기자를 해 보면, 직역과 직군에 따른 "계급도"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넘을수 없는 사차원의 벽.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스타에게 인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에 널리 공인된 계급과 서열이라는 게 분명하게 존재한다. 인기가 아주 뜨겁다면, 계급도를 뛰어넘기도 하는데, 보통 그런 일은 흔치 않기에, 데뷔 초중반 어디에 "포지셔닝"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연예기획사는 보통 그런 일을 하는 집단이다. 그 연예인의 잠재력에 걸맞는 포지셔닝을 해준다는 의미다(투자만큼 안뜨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디어 관리, 광고, 출연 방송 선별, 의전차량 및 매니저 배정 등이 정확하게 이 프레이밍에 따라 굴러간다. 그 잠재력 평가에 불만을 갖고 나가는 배우가 매년 한트럭이다.

1. 배우 > 탤런트 > 가수?

한국도 연예산업의 정점엔 "영화 배우"가 존재한다. 대개 다 아는 사실이다. 탑여배우가 특히 그런 존재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건 불가능하다. 신비주의는 "명성"에 필수적이다. 몸값(개런티)가 비싸기로 유명하고, 광고나 예능은 극히 신중히 골라 출연한다. 투자자도 골라서 만난다. 물론 탑배우를 말하는 거다.

중간쯤 배우는 딱히 "영화"에 한정하지 않고 섭외 취지가 잘 맞으면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 그럼에도 영화배우 타이틀은, 무척 귀한 자원이다. 이미지 소비를 덜할수록 작품 완성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탑배우는 정말 손에 꼽고, 이들이 연예인 카스트 맨 상단에 위치한다.톱아이돌 가수는 이제는 월드스타 대우를 받지만, 예전엔 행사도느라 바빴고, 높은 사회적 가치까진 언감생심이었다(어린 나이 탓도 있다, 음방 pd에게 90도 인사하고 다녀야했다).  

케이팝의 신화 덕분에 요즘엔 몸시 귀한 몸값을 인정 받는다. 갑자기, 천박한 계급이나 서열, 몸값을 언급하는 이유는, 치어리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연예인 계급도 맨 끝자락, 거의 안보이는 서열 밑바닥에, 여성 치어리더, 레이싱걸, 아프리카 BJ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 천박함과의 투쟁

한때 조폭자금으로 조폭미화 영화를 만든다는 조롱을 들은 한국 영화계가, 서열 끝판왕인 "영화배우"라는 신귀족의 탄생지가 된 건 정말 아이러니하다. 임권택 시절의 영화판은, 실제 욕설과 성희롱이 난무하던 "강한자만 살아남는" 무법지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대중예술"의 지위를 가장 먼저 획득하고, 한국 영화배우들이 각종 세계적 상을 수상하며, 격을 한껏 높여 놓자, 영화배우라는 계급은 넘볼 수 없는 최고지위로 올라섰고, 최고 개선티 "광고료" "출연료" "협찬비" 등으로 보답받았다.

이제는 K드라마, K팝 스타들이 그 뒤를 따른다. 대중예술은 한마디로 "천박함"과의 투쟁이다. 당연히 그 안엔 '승리' 같은 양아치도 있고, 성매매 알선자도, 브로커도, 투자사기단도 존재하지만, 그 정도 잡음이 없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예인이 지닌 "유명함"이란 자산은 극도로 한정되어 있고, 그 유명함에 "예술성"을 더해, 철저한 급나누기로 자기들만의 카르텔, 권력을 쌓았다

3. 같은 춤, 다른 느낌

춤에 재능있는 어떤 젊은이가 "백댄서" 혹은 "치어리딩"을 연예인 데뷔의 무대로 인식했다면, 다들 뜯어말릴 것이다. 한국에서의 "치어리딩" 인식은 특히 더 후진적이다. 얄팍한 외모와 자극적 몸매로 "대중의 눈을 즐겁게 하는 직역"이라 공격 받아왔다. 특히 "페미니즘"이 확산된 2005년 이후 야구장이나 스포츠행사에서 한국식 "치어리딩" 문화는 성토의 대상이었다.

미국과 동양의 치어리딩 문화가 차이가 있긴했다. 미국엔 "근육"과 "기예", "팀웍"이 필요한 역동적 윤동이 강한 편인데, 한국의 치어리더들은, 예쁘장한 외모와 몸매, 걸그룹 댄스 따라추었기 때문이다. 예술성이 없는 직역으로 보았기에, 감히 연예인이란 타이틀은 꿈도 못꾸고 "레이싱걸"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지금은 사정이 아주 많이 나아졌지만, "치어리딩" 업계에 대한 평판이 좋았던 적이 없다.

한국 연예계급도에서 모창가수와 치어리딩은 주류미디어와 무관한 최아랫 단계로 인식된 것이다. 즉, 연예인은 미디어 계급과 예술성의 함수로 어느정도 정해지는데, 영화는 예술성에서, 공중파는 국가공인이란 점에서, 케이블-종편-지하무대-거리공연 등으로 무한대의 계급도가 가능할 듯 싶다.

4. 퇴출, 부활

2019년 이후 프로야구 기아의 치어리더로 활약한 이다혜 씨는,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치어리딩단에서 쫓겨(?)난 아주 희귀케이스다. 2022년 말, 기아의 응원단장이 공개저격을 한거다. 내용이 복잡하지만, 한마디로 줄이면 "지가 연예인인줄 알고 이쁜척 한다"는 거다. 지 분수를 알라는 얘기다. 부연 설명도 흥미롭다. "스폿라이트는 선수에게 가야 한다"는 거다. 마치 병원서 행정직원이 "간호사는 나대지 마세요, 병원의 스타는 오로지 의싸쌤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격이다.

왜 이런 사단이 났는 지는 명약관화하다. 유튜브 때문이다. 팬들이, 재미없는 야구보단, 막간에 열정적으로 흥을 돋우는 치어리더 영상을 찍어 올리자, 응원단장은 "주객이 전도"라며 화를 낸 것이다.보통 이런 경우 중재자라도 나와야 하는데, 치어리더단은 외주를 주기 때문에, 당연히 고용이 보장이 될리가 없다. 보통은 약자가 피해자로 남는 스토리가 한국적인데, 이다혜 사건은 굉장히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다혜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에 주목한 대만 야구팀이 "냉큼" k-치어리더, 라는 컨셉으로 모셔간 것.

5. "외부의 힘"

프로야구판 역시 또 하나의 계급도가 있는 사회다. 적당한 수준의 FA 선수는 연봉 20-30억도 우습지만, 2군, 3군 선수나, 프론트 직원, 야구장 관리직, 심판들은 그리 높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야구기자도 박봉. 좁은 시장에서 격차가 너무 크다.

이 가운데, 치어리더는 그야말로 비정규직 가운데 가장 비정규직이다. 그럼에도 "춤"과 "응원"이 좋아서 뛰어든 청춘들이 적지 않다.박기량과 이다혜라는 스타의 배출로, 야구단에서도 본격적으로 "치어리딩" 직역에 대해 연구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명분이 생겼다.

kt가 kt위즈 창단할 때 "야구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미디어화 한다"라는 모토를 내세웠지만, 야구 업계는 발전하진 않았다. 팬은 뒷전이다.연예인 카스트를 깨는 건, 역시 국내 참여자들만의 힘으론 불가능했다. 대만의 개방적인 야구팀이 "인재"를 알아본 덕분에, 하나의 벽이 깨진 느낌이다. 계급도는 깨야 제맛이다.

기아 타이거즈 대표 치어리더 이다혜가, 대만으로 진출하며 연예인으로 거듭났다
대만의 이다혜는 한국의 이다혜와 성격이 다르다

PS.

1. 연예인의 '직역'이 일종의 카스트인 이유는, 타 직역과 겸상이 안되기 때문. 호부호형도 안됨.스타에 계급이 생기는 이유는 "미디어"에 계급이 있기 때문임. 공중파 기상캐스터의 높은 사회적 인식을 보면 알 수 있음.

2. 이다혜 씨의 밝은 표정과, 힘 있는 응원을 좋아하는 팬이 많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 이다혜 씨 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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