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 호 재
작성일 | 2023.04.17
● 군부 여당 "찬성" vs. 반군부 야당 "반대"
●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 vs. 마약 관리 안될 듯
● 친군부 대중주의 정당 '품짜이타이당' 그리고 총리 노리는 '아누띤'
지난해 코로나 위험이 살짝 잦아든 2022년 6월, 태국 정부는 대마초(cannabis)의 생산, 판매 및 개인적 사용을 비범죄화하는 대담한 조처를 해 전 세계적 관심을 끌었습니다.
의료용 마리화나의 합법화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몇 개방적인 국가들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득과 실을 고도로 계산하여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의 가장 개방적인 국가인 태국이 그 행렬에 동참한 것입니다.
태국은 오랜 시간 불법적인 마약과 약물 등 향정신성 물질과 지긋지긋할 정도의 전쟁에 가까운 단속을 벌였던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북쪽 소수민족 지역에서 생산되는 마약량은 상당한 편이고, 이웃 국가인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유통되는 물량도 적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리화나”를 일부 허용했으니 파장이 적지 않았던 것입니다.
과연 태국의 이 같은 대담한 조처는 마약은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적절한 관리가 되는 수준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불법적 사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말입니다.
왜, 허용했나?
태국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리화나가 만성 통증, 간질,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질환과 관련된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국은 오랜 기간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수출해 왔으며,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 태국 생산자와 공급업체에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마리화나 사용과 관련된 위험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 수년간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의료용 또는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이 마리화나 사용에 더욱 너그러운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마리화나 사용과 관련된 잠재적 이점과 위험을 모두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태국, 마리화나 현황
대마초가 태국의 마약 목록에서 제외된 2022년 6월 이후 태국에서의 대마초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소상공인이 바로 이 대마초 사업에 몰려든 것입니다. 순식간에 태국 전역에 3천 개의 신규 소매점이 들어섰고 이 같은 창업 열풍에는 단지 태국 상인들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관련 산업에 종사한 이들과 이들에 투자한 국외자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합법화와 개방정책의 효과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 마리화나의 가격이 급속하게 하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거 암시장에서의 가격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의 상당수는 지역의 갱단과 폭력조직의 주요 수익원이 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효과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연관된 관광객들도 빠르게 급증했습니다. 태국 북부의 유명 관광도시인 치앙마이에는 순식간에 220여 개의 매장이 등록했고 이 매장을 이용을 위해 도시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불과 1년도 안 된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부정적 효과” 역시도 수년 내에 물밀 듯이 밀어닥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총선에 영향
이 같은 마리화나 합법화 정책에 대해 태국의 정치권은 진작에 크게 양분되어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이번 정책을 승인한 정부가 2014년 이후 태국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군부세력, 즉 보수세력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코로나로 인한 정치개혁 후퇴와 코로나로 인한 국가 경제의 침체를 타개하기 취해서 “마약 산업”을 일부 합법화했다는 점에서, 야당 측은 “국민을 호도하는 달콤한 정책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총선에서 이 같은 나쁜 정책을 심판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합니다.
마리화나 양성화 정책은 아누띤 차른비라쿨(Anutin Charnvirakul, 57) 보건부 장관이 추진해 왔습니다. 포퓰리즘 정당인 품짜이타이 당의 당수이며 현재는 부총리,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잠재적인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됩니다. 당연히 부친은 과거 친(親)국왕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거친 거대 건설회사 집안의 2세 정치인입니다. 태국에서 무척이나 흔한 사례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보수정당을 창당해 연정(聯政)을 통해 총리에 집권한다는 계획입니다.
군주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품짜이타이당과 아누띤 당수는 이번 선거에서도 마약 산업 진흥 정책으로 국민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즉, “내수 경제 활성화”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번 총선에서 품짜이타이 당은 마리화나의 효능을 믿는 사람들로부터 수백만 표를 얻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 기대가 실제로 이어졌기 때문에 의석수를 세 자릿수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품짜이당의 지지도는 여러 군소정당과 차별화되기도 합니다. 중소 정당에 유리한 선거 규칙이 적용되었던 2019년의 마지막 선거에서 품짜이타이는 500석의 의회에서 51석을 획득하여 친군부 정당이 지배하는 연립 정부의 후배 파트너가 되었고 이제는 총리를 꿈꾸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야당 세력의 견제
태국의 개방적인 대마초 정책이 대중들의 환영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정책이 인기를 잃어가는 보수계 정당들의 “대중영합주의적”인 접근으로 허용된 측면을 고려하면 향후 국가가 마약류를 제대로 단속하거나 관리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듭니다. 실제로 지난해 정책 수용 결정은 여러 관련 산업의 반발을 고려해 예고 없이 이른 시일 안에 처리가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산업을 규제하는 법률이 불충분하고 강제력이 부족한 미완성의 상태로 통과되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추가적인 중독의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의약품의 사용에 허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것은 핑계일 뿐이며, 오락적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의약적 사용마저도 정밀하게 감시 관리되지 않는다면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마약 산업을 통해 이익을 보는 이들이 주로 태국의 상류사회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내수경제 증진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습니다.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은 야당인 지난해의 경우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마약 사용'을 단속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선거운동에서 대마초 정책은 주요한 쟁점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품짜이타이당은 “마약 산업” 정책으로 대중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군부 대(對) 반군부”의 프레임으로 치러질 이번 선거에서 대중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지, 4월 12일자, 로이터 통신은 랑싯 대학의 정치학자 완위칫 분프롱의 목소리를 거쳐 “품짜이타이당은 정부 연립정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북동부 농촌 거점 지역을 포함해 70석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 예측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