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2023 상반기 최고의 노래 '이,프,푸' by 르세라핌

● 케이팝의 전성기, 높아진 노래 퀄리티와 수준급의 무대 퍼포먼스
● 에스파의 "솔티앤스윗"과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 푸른수염의 아내", 수준급의 완성도
● 틱톡 마케팅의 부작용으로 '작품성' 훼손한 것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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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는 케이팝 시장이 그야말로 폭발한 해로, 특히 엔터사 주가의 파멸적(?) 상승으로 역사에 기록될 듯 싶다. 그런데 워낙 머니 경쟁이 심해지고, 국내에선 걸그룹이나 보이 그룹에 대한 신기함이 덜해져서 그런지, 특정 한 두 곡이 사회적 현상을 이끄는 인기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노래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은 확실한 데, 좋은 노래들은 죄다 대기업으로만 가기 때문인 지, 중소기업 아이돌들이 상대적으로 처진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즉, 피프티피프티의 급작스러운 인기와 상승은 다양성에 대한 소비자의 응원이기도 했는데, 어설픈 배신으로 막을 내려 안타깝다.

올 상반기는 뚜렷히 인상적인 노래 없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6월이 다 되어서야 두 곡이 눈과 귀에 팍 하니 꽂혔다. 첫째는 《에스파》의 "쏠티앤스윗" 이란 노래고 두번째는 《르세라핌》의 "이브, 프시케,푸른수염 어쩌구" 라는 노래다. 아마도 에스파의 경우는 sm 지배구조가 바뀌자마자 변신이 시도되었기 때문에 눈길을 사로잡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 즉, 광야 세계관에서 뛰쳐 나온 것이라, 평가에 시간이 필요하다.

1.서구문명과 코드?

그래서 결론적으로 르세라핌의 "이,프,푸"가 필자의 올해 상반기 최고 노래가 되었다. 얼마 전까지 괜시리 강한 척하는 하이브의 5인조 걸그룹이 그리 곱게 보이진 않았지만, 이 무대를 보고 완전히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내가 예상한 포텐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가진 그룹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허윤진의 매력이 처음 폭발한 노래가 되었다.

처음엔 "허세" 넘치는 제목 때문에 좋게 들리나, 라고 의심을 해본 것도 사실이다. 원래 평론가들은 "튀는" 제목에 가점을 쉽게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래가 공개된 초기, 제목에 방점을 찍어, 상징 분석에 나서는 유튜버들이 많았다. 여성에게 금지된 용기와 그것에 도전한 역사, 신화, 민담에 대한 서구적 내러티브가 강조된 것이다.당연히 제목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한국의 신세대는 줄여쓰기 신공을 발휘해, 간단히 "이프푸"라고 부르나 보다.

그런데, psyche를 영어 사용자들은 프시케라 안하고 '싸이크' 라고 발음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제목 통일이 쉽지 않는 듯싶다. 제목을 현학적이고 독특하게 잡은 대목은 장점은 될 수 없을 듯 한데, 하이브는 지속적으로 르세라핌을 "유럽의 문명 코드"와 연결 시키는 노력하는 점은 기록해 둘만하다.

2. 노래 < 무대매너

"이,프,푸"는 무척이나 정갈한 노래다. 음악적 과잉이 없다는 얘기다. 마치 독일이나 북유럽의 시계 디자인을 보는 것같이 더 뺄게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요소로 곡 진행을 이어가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중요한 데, 이 무대는 르세라핌의 "멋짐"으로 채워낸다. 상당히 남성적인 안무를 전진 배치한 건데, 아마도 BTS 안무 선생님들이 상당부분 아이디어를 건낸 듯 싶다.

도입부는 그야말로 "허윤진" 선생의 독무대이다. 그가 이 정도로 중성적인 안무를 완성도 있게 소화해 낼 지 몰랐다. 분명 미국에서 장기 교육을 받은 측면이 있을 듯 싶다. 다른 아시아권 멤버들은, 예쁘긴 하지만, 멋지다는 수식어에는 적합하지 않다. 즉, 이 무대는 허윤진 없이는 불가능한 작품이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안무는 "mess, mess, mess~"라는 백그라운드 코러스가 나올 때, 그리고 중간에 넘어질 것 같은, 마치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무대에 나왔던 무중력 워크를 재연한 듯한 장면이다. 저런 역동적인 안무가 좋은걸 보니, 나는 역시 "걸크러쉬" 계열을 좋아하는 소비잔가 보다. 특히 넥타이 멘 의상이 너무 좋다.

3. '틱톡 마케팅' 부작용

물론 노래의 모든 요소가 죄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 글의 본론 같기도 한데, 처음으로 "틱톡 챌린지"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앨범의 타이틀 곡이 아니라, 세컨 수록곡이다. 즉, 흥행하면 좋지만 안되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노래라는 얘기다.

하지만 욕심 많은 하이브는  노래 흥행을 위해 틱톡 챌린지에 승부를 걸었다.당연히 "틱톡"은 노래 홍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중요  플랫폼이다. 고민은 틱톡의 경우 고작 20초 정도만, 3분 30초 노래 가운데, 극히 일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앞서 필자가 언급한 멋진 대목을 골라내지 않고, 프로듀서는 가장 캐치하고 섹시한 안무를 고른 것이다. "붐,붐,붐, 내 심장이 뛰네~" 이 대목만이 틱톡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유통이 된 것이다.

필자의 경우엔 이러한 틱톡 챌린지로 이 노래를 먼저 접하고, 곡의 성격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다. 아~, 이 노래는 김채원과 사쿠리가 귀엽게 방방 뛰는 안무를 하는구나. 당연히 귀여운 안무겠지만, 내가 들어줄만한 진지한 노래는 아닌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한달쯤 뒤, 노래 전곡을 들어보니, 예상한 노래가 아니어서 더 놀라게 된다. 결과적으로 노래는 분명 히트 했지만, 뭔가 그 진정성이 왜곡된 것 같은 아쉬움을 전해야 한다.

4. 보는 즐거움

확실히 케이팝은 듣는 즐거움 보다는 시각적 중독성이 결정적이라는 것을 매번 느낀다. 특히 "이프푸"는 케이팝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각적 만족감을 키우는 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무대 장치에 큰 돈을 쓰는 것 같진 않는 데, 멤버들의 무대 매너와 딱딱 맞는 카메라 감독과의 호흡만으로 충분히 예술적 완성도가 전달된 것이다.

종합적으로 르세라핌은 정체성을 점차 이쪽으로 두고 있는 게 확인되었고, 자연스레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메이저 그룹으로 안착한 듯 싶다. 물론 이를 끝까지 거부해왔던 필자의 항복 선언 같기도 하기도. "이,프,푸"는 명곡이고, 다시금 재평가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함.

'이프푸'는 안무 배치가 독특한데, 구석구석에 시대를 풍미한 여러 아티스트의 유산을 느낄 수 있음
도입부 '허윤진'의 퍼포먼스는 독보적으로 우렁차다

ps.

0. 개인적인 견해지만 "안티 프래자일"이나 "언포기븐"은 조금은 기대와 다른 방식의 데뷔였다고 생각함.

1. 김채원에서 허윤진으로 갈아타야 할 듯 싶음.

2. 에스파와 르세라핌의 경쟁이 더 격화될 전망임. 과연 누가 역사를 먼저 써 내려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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