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년 10월 11일
● 영국의 가디언지, 태국의 미완의 대기 피타 림짜른낫 조명
● "피타는 태국의 덜 성숙한 민주주의(Half-Baked Democracy) 뒤흔들어"
● 피타 "우리의 때가 올 것이다" 총리가 되지 못한 태국 지도자의 발언
간만에 태국 정치의 미래라고 불리는 '피타 림짜른낫(Pita Limjaroenrat, 1980년생)'의 인터뷰가 나왔다. 이번에는 영국의 진보지 가디언지의 방콕 특파원이 그의 입장과 태도를 조명한 것이다. 지난 5월 태국의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전진당이 1당으로 선거에서 사실상 승리한 지 5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나온 인터뷰다. 널리 알려졌듯이 그는 7월말 연립내각을 상원의 반대로 성공시키지 못하고 야당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피타 림자르낫은 장기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의 때가 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며 여전히 태국에서의 정치개혁의 뜻을 꺾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피타는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태국의 군부를 중심으로 한 주류 정치권과 정부기구로 부터 지속적인 견제와 탄압을 받았다. 그가 잠시 소유한 미디어사 주식이 대표적이다. 태국의 정치 관련 법안은 복잡하고 편향적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의 재산을 면밀히 조사한 끝에 그가 소유한 일부 주식, 특히 미디어사 관련 주식이 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견제는 실제로 태국의 상원이 두 차례의 표결에서 피타와 전진당이 이끄는 연정을 승인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결과적으로 제2당인 푸어타이당을 중심으로 하는 중도보수당이 연정을 성공시켜, 태국 정치권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태국의 국민들은, 야당인 전진당과 푸어타이당에게 "군부 정권 종식"를 주문했지만, 푸어타이당이 군부와 손잡는 입장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타는 계속해서 전국을 순회하며 정치적 추진력을 잃지 않고 있으며, 방문이 공식적으로 금지된 정부 청사를 제외하고는 어디든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분노와 좌절,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을 여럿 만났다"라고 답했다. 그리곤 차기 총선을 언급하며 "그들은 내 곁에 있고 4년을 더 기다릴 수 있다고 답했다"며 재기를 약속하기도 했다.
군주제 "비판적 논의" 계속해야
물론 피타의 정치 재개 의지는 뚜렷하다. 그는 자신이 여전히 태국의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 꿈이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복잡한 태국 정치현실 속에서 "전진당"이 중심이 되어 과반에 가까운 압도적 승리가 필요할 것이다.
그의 집안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가깝다. 그의 삼촌은 탁신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농업 사업에 투신한 그의 집안은 부유한 편이며, 그는 방콕의 탐마삿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공부한 전형적인 엘리트 출신이다. 방콕에 돌아온 그는 이후 차량 호출 및 배달 앱인 Grab Thailand의 전무이사가 되어 주로 IT벤처 업계에서 활약하면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8년 이후 미래당에 합류하며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정치적 탄압은 앞으로 4년 가까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진당의 전신인 "미래당"과 총리 후보였던 타나톤 역시 그러한 비운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법원이 자신의 정치를 금지하거나 정당이 해산될 가능성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정당은 단지 수단일 뿐"이라고 현실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답을 내놓았다. 어떠한 탄압이 계속되더라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피타는 시간은 전진당의 편이라고 말합니다. 단적으로 43세의 그는 지난 10년간 태국 정치를 지배했던 군 장성들을 포함한 많은 경쟁자들보다 젊기 때문이다. 게다가 첨단 기업에서 일한 그는 기존에 있던 그 어떤 정치인보다 빠르고 실용적으로 현실 정치에 임하고 있다. 착실하게 다가오는 위험을 고려하고, 각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짜고, 나아가 그 위기를 극복할 최선을 방법을 찾는 일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거리에서 군부와 투쟁했던 운동과 형식의 정치인과는 사뭇 다른 유형의 정치인인 셈이다.
"저는 상식적인 사람입니다."
2018년 미래당이 해산되고, 이어 전진당으로 개편된 이후 당수에 오른 피타와 전진당(Move Forward Party)은 2023년 총선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태국 정치를 뒤흔드는 중이다. 이 정당은 본격적으로 태국 시민들을 향해 "개혁"과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태국 정치를 장악한 군대를 개혁하고, 재벌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고, 무엇보다도 민감한 사안인 군주제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신성모독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전진당'을 두려워하고, 피타의 집권에 반대하고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킨 내용은 "왕실 개혁"과 관련된다. 젊은 유권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약속이자 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인 방콕의 보수 세력을 일부를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피타는 여전히 이 문제를 피해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태국에서는 급진적인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었습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러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피타는 자신을 절대로 자신을 급진적인 인물이나 사상가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에게 "저는 제 자신을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위 1%의] 사람들 사이에는 불안감과 피해망상이 존재하며, 이 때문에 그들은 우리를 저지하고 현상 유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고 담담하게 답변했다.
태국의 군주제는 여전히 강력하며, 현실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예를들어 왕실에 대한 그 어떠한 비판이라도 법정에서 최대 15년형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왕실을 개혁하겠다는 그의 주장 역시 이러한 법에 언제라도 저촉될 위험이 있다. 심지어 그 누구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풍자 만화나 화려한 의상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을 정도로 법이 광범위하게 해석되는 것도 문제다. 이런 경우 뉴스에 나온 기사만으로도 "정치인"은 고발 당하고 기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그를 친서방적이며 심지어 CIA의 산물이라고 비난할 정도다.
피타는 태국이 입헌 군주제를 유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는 책임성이나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낡은 법률과 제도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입니다. 그들은 진정한 민주적 시스템을 원합니다... 시대 정서가 바뀌었습니다."
피타와 전진당이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을 준비하자, 태국 보수 정치계는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20년 전 태국 정치의 혁신을 주문하면서 군부로부터 쫓겨난 푸어타이당의 정신적 지주 "탁신 친나왓"이 방콕으로 복귀하며 망명생활을 종지부 지었다. 이러한 정치적 변화는 푸어타이당의 태도 변화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태국 시민들은 추측하고 있다. 일종의 "뒷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전진당이 고립되고, 푸어타이당과 탁신은 보수정치계로 흡수된 것이다.
피타는 "태국은 반쪽짜리 민주주의"라며 "선거를 허용하는 거버넌스 시스템이지만 반 다수주의가 제도화되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피타는 야당 지도자로서 의회에 복귀하기를 희망하지만, 사라진 미디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인해 여전히 정치적 억압 상태에 놓여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이후 미디어 사업을 운영하지 않았으며, 피타는 자신의 지분은 0.0035%에 불과한 별 의미도 없는 일반적 투자에 불과했다. 만일 법정 투쟁에서 패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20년간의 정치활동 금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피타는 인터뷰 말미에서 "제 증거에 대해 매우 자신 있습니다"라며 "아직은 절차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당이 해산될 가능성보다는 재기의 희망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과하지도 않을 겁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