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베트남 최고 프로게이머 소프엠 SofM
O "소프엠" 성공을 보고 성장한 베트남 e스포츠 신세대
O 한국 기업들, "제 2의 소프엠" 발굴 시도 중

글 | 유 영 준

작성일 | 2020년 12월 16일

다사다난했던 2020 롤드컵이 '담원'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수년만에 한국이 롤드컵을 가져간 것이다. 담원과 맞선 쑤닝은 대단히 특이한 팀이다. 용병은 쓰고 있지만 한국인이 없는 팀이다. 정글러 소프엠SofM은 베트남인, 서포터 소드아트는 대만 사람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홀로 활약하는 베트남인 정글러 "소프엠SofM"에 주목해보았다. 베트남 인기 프로게이머 리바이Levi의 국제 대회 활약으로 베트남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데, 베트남인으로 롤드컵 결승에 진출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베트남 게이머, "베트남의 페이커인" 소프엠에 대한 설명과 그가 불러온 후폭풍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소프엠 SofM 데뷔과정

소프엠SofM은 1998년생으로 하노이 꺼우지아 지역에서 태어났다. 한인타운이 있는 미딩 지역과 가까운 곳이다. 본명은 리꽝주이Le Quang Duy로 그가 사용하는 활동명인 소프엠은 Style of Me의 줄임말이다. 보통 소프엠이라 불리고 있다.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어릴 때부터 게임에 특출 난 재능을 보였다. 소프엠은 '도타' 마스터 티어인데, 어린 시절 '워크래프트 3' 커스텀 게임을 즐기면서 일찍이 게임에 재능을 뽐낸 것이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 이하 롤lol, 을 알기 전까지는 주로 '워크래프트 3'와 '도타 2'를 즐기면서 게이머로 성장해 나간다.

소프엠이 처음 롤을 접한 것은 2012년. 가레나Garena가 베트남에 롤을 서비스하기 시작하며 처음 접하게 된다. 그해 소프엠SofM은 동남아 서버 최상위 점수까지 올랐다. 당시 차트 최고 점수가 1900점이었는데, 그의 점수는 1750점이었다.

그러던 중 하노이 소재 테크 기업 게임티비GameTV가 e스포츠 프로팀을 구성하려 팀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당시 소프엠 SofM과 함께 최고 재능으로 알려진 응우옌 득 빈Nguyen Duc Binh이 함께 팀에 합류한다. 당시 소프엠SofM의 나이 14세였다. 참고로 한국에 알려진 허름한 베트남 프로팀 연습실 사진이 바로 이 당시 게임티비 소속일 때 연습실로 쓰던 PC방이다.

그는 첫해 '정글 알리스타'로 데뷔했다. 종종 탑솔러로도 등장했는데, 당시 동남아 최강 탑 라이너 큐티브이QTV를 눌러버리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게임티비는 소프엠SofM의 맹활약과 함께 창단 첫 해 4위를 기록한다. 아쉽게 GPL 동남아 리그에 진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2013년, 소프엠SofM은 기가바이트 풀 루이스Gigabyte Full Louis로 이적한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냈는데, 처음에는 탑에서 시작해, 미드로 변경했다가, 바텀 라인을 지나 마지막으로 정글러로 정착한다.

베트남이 좁은 소프엠 SofM

이후 소프엠은 지금까지 줄곧 정글러로 활약 중이다. 풀 루이스에서 그가 참가한 첫 대회는 저니 투 레전더리Journey to Legendary토너먼트였다. 소프엠은 2013년 베트남 북부 지역 8강 전에서 전 소속팀 게임티비를 이기고, 결승에서 싸이존Cyzone을 이기며 지역 우승을 거머쥔다. 소프엠이 합류한 풀 루이스는 단숨에 베트남 최강팀 사이공 조커스Saigon Joker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팀이 된다. 풀 루이스는 이후 전국 최종 토너먼트에서 우승까지 차지한다. 당연 소프엠SofM의 활약은 빛났다.

풀 루이스는 최강의 전력으로 13년 6월, 베트남 리그 시즌3에서 리그 2위를 기록하고 동남아 리그 라운드에 진출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준결승에서 패배하며 또 한 번 동남아 최상위 리그인 GPL의 문턱을 밟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두 달 뒤인 8월, 시즌 4에서 이즈리얼 정글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13승 1패로 팀을 우승시키며 염원하던 GPL에 진출한다.

첫 GPL 2013 윈터에 초청받아 쟁쟁한 해외팀들과 붙게 된 소프엠. 그의 팀은 그룹 B에 배정받아 6승 4패 종합 4위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된다. 8강전에서 만나게 된 팀은 그 유명한 타이페이 어쌔신 팀(Taipei Assassin 줄여서 TPA) 두 번째 롤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인 강팀이었다. 이때 풀 루이스는 3경기 전패로 탈락한다. TPA는 그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나이 조작과 비자 문제

2014년에도 풀 루이스와 소프엠SofM은 GPL 스프링과 서머 시즌에 진출한다. 스프링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서머부터 주목을 받는다. 풀 루이스는 조 3위로 라운드를 통과하고 이어진 8강 전에서 대만의 로그 에프(Log F)를 3:1로 잡으며 GPL 첫 준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 소프엠의 나이 조작을 문제 삼은 것. 팀은 그대로 실격패 됐다. 이유인즉 이랬다. 당시 베트남 리그는 연령제한이 없었지만, GPL에서는 17세 미만은 경기를 뛸 수 없었다. SofM은 2015년이 되어야 자격이 생기지만, 풀 루이스가 나이를 조작해 경기에 참가해버렸던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16세였다.

소프엠은 징계가 끝난 이듬해 스프링에 다시 참가한다. 당시 대회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다. 모국에서 대회를 펼친 소프엠과 풀 루이스는 2라운드에서 최종 탈락하고 만다. 이 대회의 우승은 사이공 판타스틱Saigon Fantastic에게 돌아갔다.

소프엠은 2016년 한 인터뷰에서 "2015년 스프링 이후 대만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로 당시 대만의 3개 팀에서 영입 제안을 했고, 이후 그는 베트남에서 대만으로 둥지를 옮긴다는 소식의 전해졌다. 그의 새 소속팀은 플래시 울브즈Flash Wolves 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엔 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대만은 18세 이하에게 취업 비자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풀 루이스에서 1 시즌을 더 보내야 했다. 팀은 2015년, 2016년 모두 VCS 준우승에 그친다. 풀 루이스는 2016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풀 루이스 선수들은 대부분 슈퍼 하이프 게이밍SuperHype Gaming에 흡수됐는데, 소프엠은 이 팀에서 잠시 머문다.

이 사이에 한국에서도 유명한 사건이 하나 일어나는데, 바로 소프엠이 한국 서버 챌린저 10위에 달성한 것이다. 매우 느린 인터넷 접속 환경에서 그는 조작 없이 그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한국, 대만, 동남아, 베트남 서버 모든 곳에서 챌린지를 달성했다.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전무후무만 기록이라 부를 만하다.

선구자 소프엠

2016년, 소프엠은 중국 상하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 중국 리그는 한국과 함께 최고 인기 있는 리그 중 한 곳이었다. 그는 스네이크 이스포츠Snake Esports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다. 18세에 불과했던 그는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국어 소통이 아주 힘들었는데, 입단 첫 달에는 중국어를 못 해서 소통에 문제가 발생해 벌금을 물기도 했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팀동료들이 그가 "Yes, Yes만 해서 피드백이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그의 중국 데뷔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팀이 2연패의 수렁에 빠지자 소프엠SofM이 소방수로 투입된 것. 소프엠SofM은 그렇게 최초로 LPL의 비한국인 외국인 용병이 되었다. 당시 중국 리그 용병들은 모두 한국인들이었는데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프엠은 데뷔전에서 맹활약했고,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한다. 팀은 그룹 A 2위를 기록하고 소프엠SofM은 서머 시즌 MVP 투표 3위 정글러 4위를 기록하며 16 LPL 베스트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화제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 월드컵 (이하 롤드컵) 선발전. 1라운드는 이지훈이 있는 비시 게이밍이었지만 소프엠SofM이 각성하면서 5전 3승전에서 먼저 2패를 하지만 남은 3경기를 연달아 승리하며 1라운드를 통과한다. 다음은 팀 위Team WE. 한국인 미스틱과 제로가 있는 팀이었다. 여기서 3 대 2까지 따라가며 분전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탈락한다. 훗날 인터뷰에서 본인이 밝히기로 소프엠의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자신이 뛰었던 경기가 롤드컵 선발전인 줄 몰랐다고 했다.

슬럼프와 화려한 부활

2016년에 보여준 임팩트가 너무 강력했던 것일까? SofM은 공격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정글러로 이름을 날리지만, 17 시즌부터 3 시즌 연속 소속 팀은 중위권에서 맴돌거나 플레이오프에서 미끄러졌다. 그의 실력에도 기복이 보이고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해지지만 종종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결국 19 스프링을 끝으로 스네이크는 해산한다. 소속 팀의 두 번째 해체를 겪게 된다. 풀 루이스 때도 그랬듯이 소프엠SofM은 끝까지 소속팀에 남아있었다. 해체 이후 고향 하노이로 돌아왔을 때, 베트남 최강팀이었던 기가바이트 마린즈(이하 GAM)에서 영입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소프엠SofM은 다시 중국 무대에 도전한다. 19 서머 시즌, 소프엠SofM은 스네이크 선수들 주축으로 재창단된 LNG로 이적한다. 그해 팀은 리그 7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시작된 20 스프링 시즌, 소프엠SofM은 쑤닝으로 전격 이적한다. 코로나 19와 함께 중국에서 맞이한 시즌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그는 분투하며 활약하지만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이며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다. 당시 순위는 리그 11위로 마무리됐다.

소프엠SofM의 눈부신 활약은 서머 시즌부터 시작된다. 플레이가 점차 안정되면서 상대 정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리그 4위를 기록하며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여기서 3위로 마치게 된다. 쑤닝은 3위까지 주어지는 롤드컵에 진출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첫 롤드컵에서 그는 중국 최고 정글러인 징동의 카나비를 압도하고, 리그 챔피언 TES 마저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한다. 소프엠SofM의 리신과 그레이브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비록 쑤닝과 소프엠SofM은 담원과의 결승에서 패배했지만, 첫 롤드컵에서 결승까지 진출하는 최정상급 정글러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제 2의 소프엠을 찾아서

2022년 1월 21일 언론을 통해 프레딧 브리온 롤팀이 베트남 선수 당탄롱Đặng Thành Long 영입을 발표했다. 3군 격인 아카데미 선수로 프로인 2군 진입을 위해 한국에서 프로 테스트 및 육성 차원이라 밝혔다. 아직 프로 데뷔가 아니지만 최초 베트남 선수의 영입은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국의 e스포츠 구단들도 제 2의 소프엠을 발굴하기 위해 베트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1월에는 한국 e스포츠협회와 베트남 e스포츠 협회가 업무협약을 맺으며 유망주 육성 및 교육사업, e스포츠 대회 교류의 추진에 나선 것이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한화 생명이 2018년부터 e스포츠 대회 개최와 프로게임단 팬미팅, 아카데미 교육 등 적극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소프엠은 베트남 골든 보이Vietnam Golden boy 혹은 베트남 정글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 베트남 주요 언론에서도 연일 소프엠SofM의 소식을 보도한다. 지금 베트남에선 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데 소프엠SofM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덕이다. 박지성의 맨유 활약으로 해외 축구 유입이 늘어난 것과 비슷한 상황. 소프엠은 그만큼 대단한 선구자적 인물이다.

소프엠의 성공으로 앞으로도 해외 진출을 노리는 베트남 선수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연봉은 15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성공을 보고 많은 젊은 베트남 사람들이 e스포츠에 유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 2의 소프엠이 발굴되어 한국 프로리그에서 활약한다면 한국과 베트남 양국 교류에 큰 역할이 될 것이다.

PS.

1.소프엠은 2013년부터 사귄 여자친구가 있음. 소프엠의 유튜브와 SNS을 관리해주고 있음

2.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즌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오면 쌀국수와 빵만 먹으면서 하루종일 게임만 한다고 함.

3.소프엠이 처음 중국에 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 스스로 극한으로 몰아넣으면서 극복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