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동남아 경제, 지속성장 가능할까?①

○한국에서 배우고 싶은 3가지는'삼성전자' '싸이' 그리고?
○중진국 함정에 빠진 '동남아', 원인과 해결책은?
○중국에 종속이 되면 미래를 잃을 가능성이 가장 큰 위기

글 | 박번순 /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작성일 | 2015년 9월


서울에서 2013년 열린 한국-아세안 포럼에서 싱가포르의 저명한 경제학자로서 싱가포르 대학 교수와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원ISEAS의 원장을 지낸 치아소유ChiaSiow Yue 박사는 토론 과정에서 동남아가 한국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3가지라고 말했다. 첫째는 한국은 어떻게 삼성전자를 만들었는가, 둘째는 한국은 어떻게 싸이Psy를 만들 수 있었는가? 셋째는 한국은 어떻게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이 될수 있었는가,였다. 그녀의 이 질문은 동남아시아 경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을반영하고 있다.

토론에 참여한 일부 한국학자들은 우리는 아직 중진국 단계에 있는 것이지 선진국이된 것이 아니라는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치아 박사의 질문은 현재 동남아가 갖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제기한 셈이었다. 실제 동남아는 자국 브랜드를 가진 첨단 기술 기업을 만들지 못했다. 현재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제조업에서 해당 분야의 세계 산업과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의 질문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제성장은 단순히 1인당 GDP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고, 국가의 경쟁력 역시 하드웨어적 제조업에 의해서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역량이 경제의 생산 역량과 결합할 때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국민경제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의 종속만큼 문화의 종속 또한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해치게 된다.앞의 두개의 문제는 바로 세 번째 고민의 결과를 이끌어 낸다. 선진 동남아 국가 즉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현재의 소득 수준 상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동남아

통계를 보면 동남아의 경제적 고민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 도시국가인 싱가
포르나 브루나이를 제외한 선발 동남아시아 국가의 1인당 소득을 보면 2014년
현재 말레이시아 1만830 달러, 태국 5천560달러, 인도네시아 3천514 달러 그리
고 필리핀 2천843 달러에 그치고 있다.

모두 개발도상국 *편집자주: UNDP정의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1인당 소득 5천
달러 이상이다
에 포함되고 있다. 대체로 소득 5천 달러 전후에서는 개발도상
국들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1 만 달러 이상에서는 선진 경제 시스템, 새로운 기술
과 산업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존 구조로는 자본의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게 되어 성장률은 둔화한다. 잘못되면 아예 경제성장이 정체하기도 한다.

지난 10여년 기간의 동남아의 소득 변화를 보면 동남아가 조기에 저성장의 늪에
빠져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05년 대비
2014년 중국의 1인당 소득은 경상가격으로 4.4배가 되었으나, 동남아 선발국
의 1인당 소득은 2~2.8 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한 2005
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이 기간에 2.22배로 증가했으나 동남
아 국가들은 1.28~1.47배 증가했다. 동남아 주요국의 1인당 실질소득이 9년 동
안에 고작 28%에서 47%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동남아에서
는 동남아 경제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동남아 경제의 발전 과정

제 2차 대전 이후 독립을 했거나 새로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인 동남아 선발국
은 1980년대 중반까지 수입대체형 공업화를 추진해 왔다. 수입대체공업화는 수
입제품의 국산화를 통한 공업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자원이나 시장이
있지만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국가들이 선택한 정책이었다. 수입대체 공업화 과
정에서 정부는 소비재 생산을 위해 특정 기업에게 독점을 보장하는 인허가권을
주면서 생산을 장려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높여 수익을 보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입대체공업화는 경쟁 제한한다는 특징이있다.

기업들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기 보다는 정부와 유착하여

이권을 확보하고, 그 이권을 계속 유지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인
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에서 화교기업인들이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말레이시아에서 부미푸트라 기업들이 정치권과 연계되어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
한 수입대체 공업화의 속성 때문이었다.

이처럼 동남아 주요국에서 정치권과 연계된 독과점 기업들이 내수형 소비재 산
업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내구소비재 시장에는 일본과 서구의 기업들의 영향
이 커졌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했던 동남아 국가들은 수입대체 과정에서 내구 소
비재 생산을 위해 외국인직접투자에 문호를 개방했고, 외국인기업들은 고관세
를 우회해 내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들 독과점 기업들과 협력했다.

태국의 가전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산업들이 모두 다국적기업의
영향 아래 성장했다. 따라서 동남아의 내구소비재 시장은 파편화되고 시장규모가
적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지 않았다. 이들을 위해서도 또 고관세가 필요
해 졌다. 또한 내구소비재 생산을 위해 필요한 부품과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 조
달함으로써 동남아의 무역수지는 악화되었다. 더구나 1970년대 말의 제 2차 석유
파동과 이를 이은 세계경제의 침체는 동남아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높은
자원가격이 1980년대 초가 되면 경기침체로 하락하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말
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추진하던 중화학공업화도 성공하지 못했다.

1980년대, 동남아에 찾아온 기회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일본과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 실업을 수출하고 있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공급중시 경제정책도 별 다
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선진국들은 결국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과 독
일의 통화가치를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후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상황은 일본기

업의 동남아 투자와 이를 이은 한국 및 대만기업의 투자로 특징지어진다. 이 시기
에 동북아 기업들은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을 보전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에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보유한 동남아는 좋은
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투자대상지였다.

동남아 각국도 경제난 극복을 위해 투자 제도를 개선하는 등 외국인 투자를 적극
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1980년대 중반 동북아의 수출형 다국적기업의 진출로 동남아는 과거
의 수입대체형공업화 전략을 폐기하고, 외국인 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 수출주
도형 전략을 택하게 되었다. 동남아의 노동력은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발견
했고, 수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충
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WTO 회원국도 아니었다. 외국인직접투자의 급
속한 증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 증권시장의 활황, 내구소비재 수요의 증가 등
전형적인 수요주도의 성장세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 동남아 경제의
현상이었다.

세계경제는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과 함께 급속도로 통합되었고 동남아 경제
도 수출주도형 전략을 채택하면서 세계 경제에 깊숙이 편입되었다. 섬유제품, 의
류, 완구, 신발, 일부 부가가치가 낮은 전자제품 등 수출을 늘릴 수 있었으나 동시
에 이러한 수출이 대부분 다국적기업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들
을 조립하고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부자재를 수입해야 했고, 동남아의 무역수지
는 악화되었다. 여기에 국제금융 자유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동남아
주요국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직면해야 했다. 중요한 점은 외환위기의 근
본적인 원인은 위기 발생국이었던 태국 등 동남아 경제의 산업경쟁력의 취약에
서 왔다는 것이다.

동남아 경제의 근본문제

다국적기업이 동남아에 진출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풍부하고
저렴한 생산요소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동남아 선발국이나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그리고 미얀마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하려는 기업들의 사
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진출 사업은 섬유, 의복, 신발, 부가가치가 낮은 전자제
품 등이다. 이러한 산업의 발전은 경제개발 초기에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를 만
들어 주지만 경제 전체의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노동력 공급이 제한되면 임금이
상승하고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다
국적기업은 새로운 투자지로 설비를 이전하는 경우도 많다. 현지국가는 계속 저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다.
현지국가들은 계속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하지만 저임금 산업도 외국인기업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산업의 부상과 주도산업의 대체가 쉽지 않다.

둘째, 다국적기업은 현지 시장에 판매를 하기 위해 투자를 한다. 1960-70년대 동
남아의 높은 관세를 우회하여 현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진출한 다국적기업과
2000년대 이후 동남아에 새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진출한 제조업 및 기타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 경우이다. 이러한 유형의 투자는 외형적으로 현지국의 산
업구조를 고도화시킨다. 전자산업, 자동차 산업, 그리고 일부 소재 산업들로 구
성되기 때문에 단순한 노동집약적 제조업 투자보다는 규모가 크다. 그러나 이
유형의 투자는 소수 다국적기업들이 주요산업을 장악함으로써 동남아 국가의
산업운영 능력을 제약한다. 한마디로 산업주권을 제약시키는 것이다. 내수시장
을 목표로 하는 다국적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이기 때문에 현
지에 기술이 쉽게 이전될 수 있는 첨단 기술제품 보다는 범용제품을 생산한다.
따라서 현지국이 산업구조를 실질적으로 고도화하기는 어렵다.

결국 다국적기업을 유치하여 경제발전을 추진한 동남아가 첨단산업을 개발하거나
내부에서 그러한 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하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
아 등은 노동력이 풍부하지만 노동집약적 산업조차도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다국적 반도체 업체의 가공 기지가 되고 있을 뿐 자체
적인 브랜드를 만들지 못했다. 태국은 일본자동차 업체의 투자로 상용차, 트럭 분
야에서 주요한 수출국이 되었지만 부품과 소재는 여전히 일본기업이나 일본기
업의 현지투자업체에 의존하고 있어 부가가치나 외화가득률*편집자주: 특정기
간 또는 특정품목의 수출금액에서 수출품 제조를 위해 지출된 수입원재료 또는
원료 등의 합계액을 차감한 잔액인 외화 가득액에서, 그 비율을 외화가득율이라
고 한다*
,이 낮다. 더구나 상용차의 수출 산업화 자체가 도요타 등 일본 업체의 결
정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빠르게 바뀌는 외부 환경

동남아가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독자적 산업과 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가
운데 산업기술 자체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산업에서 기술
진보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는 짧은 기간에 아이폰i-phone이
나 갤럭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낸다.

다른 산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신상품의 기능은 전통적
상품의 기능을 대체한다. 스마트폰은 전통적인 전화기와는 달리 PC의 기능을 한
다. PC 관련 산업이 전자산업의 중심 산업이었던 태국의 경우 타격을 보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전자산업은 제품의 분절화를 통해 다수의 국가들에서 부품을 조
달하여 조립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상품이나 산업이 발전할 때 그 생산네트워
크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의 공동 발전을 야기한다.

그러나 기술의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가운데 동남아가 참여하는 것은 점점 어려
워진다. 이 처럼 부품의 공급망에 참여하기도 어려운데 동남아 기업들이 소수의
생산자들이 과점하고 있는 이들 산업에 새로운 조립업자로 등장하기도 어렵다.
동남아 경제에 더 큰 도전은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이다. 중국의 성장은 2010
년 이전에는 동남아에게 긍정적이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시장에서 동남아 시장을 잠식하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대규
모로 흡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국이 세계 전자산업의 공장이 되면서 중국은
반도체 등 일부 제품에 대한 동남아로부터 수입을 확대했고, 동시에 고도성장의
결과 동남아로부터 1차 자원 수입도 늘렸다. 전자 집적회로, 석유, 석탄, 팜오일,
고무, 구리 등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 수출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긍정
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압도했고 중국은 동남아 최대의 시장으로 변했다.

문제는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부품과 중간재의 생산이 증가하고 있고, 고
도성장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과거 동아시아로부터 부품과 중간
재를 수입하여 이를 조립하여 수출했으나 이제 이들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
한다. 오히려 부품의 수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생산하는 최종제품의
품질도 개선되어 동남아의 동종 상품을 압도한다. 동남아는 이제 중국에서 노동
집약적 제품을 수입하고 있고 나아가 부품까지 수입을 한다. 중국의 원세트형 산
업생산 체제는 동남아에 타격이 될 것이다. 동시에 원자재의 수요 진정은 동남
아가 수출하는 1차 자원의 수요를 줄일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하시킨다. 동아시
아 전체의 산업분업에서 동남아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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