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동남아 경제 지속성장, 어떻게? ②

○경제 수치로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
○중국경제가 부상하면서 중진국 함정에 빠진 '아세안'
○개인의 존엄과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바꾸는 혁신 필요

글 | 박번순 / 고려대학교 경상대 교수

작성일 | 2015년 9월


(1편에 이어서)

...동남아의 대對중국 교역의 변화를 보면 현재 동남아가 처한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
다. 동남아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은 전자집적회로 반도체이다. 싱가포르와 말
레이시아가 주요 공급국으로 주로 서구의 반도체 업체들이 가공하는 제품이다.
다행스럽게도 동남아의 대중국 직접회로 반도체 수출은 2011년 220억 달러에서
2014년 316억 달러로서 증가 추세에 있다. 그 다음 중요한 수출품목이 컴퓨터
관련 부품인데 수출금액은 2011년 79억 달러에서 2014년 57억 달러로 감소했고,
석유제품도 이 기간에 88억 달러에서 56억 달러로, 천연고무 및 고무제품은 110
억 달러에서 46억 달러로, 팜오일도 57억 달러에서 35억 달러로, 그리고 석탄도
72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감소했다.

중국 급성장의 최대 피해자

중국으로부터의 최대 수입 품목은 무선 전화기 부품으로 2011년 119억 달러 수
입에서 2014년에는 185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 다음은 동남아의 대중국 최대수
출품인 전자집적회로로 동남아는 중국으로부터 전자집적회로를 2011년 70억 달
러 규모를 수입했다가 2014년 136억 달러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그 다음은
컴퓨터 관련부품으로 2011년 94억 달러를 수입했지만 2014년에는 88억 달러 수
입에 그쳤다. 대신 석유제품은 55억 수입에서 82억 달러로 증가했다.

동남아 전자집적회로의 수출은 아직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대신 중국에서 수
입도 급증하고 있다. 컴퓨터 관련제품의 수출은 급속히 감소했고 1차자원 수출도
감소했다. 대신 첨단 기기인 무선전화기 부품의 수입은 급증했다. 이와 같이 급
속히 기술이 발전하고 상품의 수요구조가 변하는데 동남아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은 점점 컴퓨터를 대신 하고 있어 과거 동남아는 컴퓨터
저장장치인 HDD의 세계적 생산기지였으나 이제 그 산업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동남아와 중국의 무역수지는 수년 동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동남아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134억 달러였으나 2012년에는 378
억, 2014년에는 693억 달러로 증가했다.

증가하는 대중국 무역적자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동남아 전자산업의 기반은 약화될 것이다.
동남아 국가가 진정 필요한 것은 동남아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동남아는 1차적으로 경제통합을 통해 경쟁력의
하락을 막고 싶어 한다. 동남아는 이미 1990년 초부터 아세안자유무역지대 창
설을 목표로 관세인하에 합의했고 점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여 현재는 선발 동
남아국가는 공산품 관세를 거의 철폐했다.

나아가 동남아는 2015년 말 아세안경제 공동체를 창설한다. 아세안경제공동체
는 아세안 지역을 하나의 단일시장과 단일한 생산기지로 만들고 각국의 경제적
제도를 조화시킴으로써 아세안을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환골탈태란다는 것이
다. 나아가 역내 국가들 간의 개발격차를 줄여 아세안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다. 이러한 경제통합은 아세안 전체의 입지경쟁력을 제고하여 경제활동이 활발
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경제활동의 핵심은 물론 투자이다.

그러나 아세안경제공동체의 출범을 선언하더라도 아세안이 실제로 경제공동체로
작동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싱가포르 미국상공회의소가 2014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세안 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기업들의 50% 이상이 아세안공동체
의 목표는 2020년 이후에나 달성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공동체가 달성된다
고 해도 수혜를 볼 기업들은 다국적기업들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통합으로 역내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 자회사들의 거래비용이 축소될 것이기 때
문이다.

제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사례는 거의 없다. 물
론 선진국의 개념 자체는 모호하다. 한때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가 되면 선진국
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 이제 2만 달러는 별 의
미가 없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

그러나 선진국이라면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고, 국민 개개인이 적절한 소비활
동을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정도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탈락한 사람에 대해 배려가 있어야 하고, 이들은 재기할 수 있는 기
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속가능하게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가
가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다. 세계경제가 통합
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국가의 경제를 끌고 가는 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
어야 하고 부가가치가 커야 한다. 그런 산업은 역동적이어야 하고 세계의 기술
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선진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 독일,
미국 등이고 한국도 어느 정도 이에 해당 한다. 금융 혹은 다른 서비스 산업에서도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나라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문화 컨텐츠
산업도 중요하다. 이런 컨텐츠 산업은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
고 다른 산업의 발전과 상보가 가능하다.

싱가포르의 치아 교수는 이런 지표를 삼성전자와 가수 싸이Psay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동남아는 현재의 전략으로 그런 산업과 문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
인가? 개별적으로 각국이 노력을 한다고 해서 큰 효과가 나기는 어렵다. 불행하게
도 아세안경제공동체도 그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나의 시
장과 생산기지가 된다고 해도 인구 6억의 시장이 완전한 완결체로서 존재할 수 없
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경제단위가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시장, 생산, 그리
고 자원이 자체적으로 공급 가능해야 한다. 통합된 동남아는 6억의 인구를 가졌
지만 인구 13억의 중국조차도 막대한 공급량을 국내 시장이 흡수하기 어렵다. 중
국이 내수주도의 경제로 전환하고자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동남아가 단일 생
산기지가 된다는 것도 현재 동남아의 산업구조상 외부와 분업을 하지 않을 수 없
다는 점에서 어렵다.

문화컨텐츠 비즈니스의 상징성

동남아 경제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 주도의
경제발전 모델을 전환하여 동남아의 독자적인 산업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현
재까지 동남아의 경제발전 모델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을 육성하여 일자리
를 창출하고 수출을 통해 외화를 조달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동남아의 경제구조
는 다국적기업의 하위 계층에 존재하는 구조로 고착되어 다국적 기업의 가공 생
산기지 역할만 하고 있다. 생산이 증가하고 수출은 늘어도 소득은 쉬이 늘지 않고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남아가 추격과정을 거쳐 선진
국 대열에 들어서기는 어렵다.

중국과 다른 경쟁 포인트 발견해야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태국 수상 탁신
의 경제정책 소위 탁신노믹스Thaksinomics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탁신의
경제정책은 대량생산 제조업의 육성을 통한 중국과의 경쟁은 불가능하다는 인
식에서 시작되었다. 탁신은 작은 곳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싶어 했다. 동남아는 경
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적인 기업가군이나 분야가 있다.

농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만하고 자연자원도 마찬가지이다. 동남아의 관광
산업은 동남아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때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
다. 동남아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정부, 공정한 경쟁 기회
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내수형 산업에서 만연한 정경유착으로 기업들은
효율성을 위한 투자보다는 정치인과 관계 맺는데 더 많은 노력을 했다. 이런 상
황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국가보다 개인에 투자해야

또한 동남아는 인적자원을 양성하는데 투자를 해야 한다. 동남아의 인적자원 수
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평균 교육 연한이 낮다는 문제도 있지만 동일한 단계
의 교육수준도 동북아 국가에 비해서 낮다. 인적자원의 개발 없이 경쟁력 있는
산업이 육성되기 어렵다. 다국적기업들은 현지의 인적자원 수준에 맞는 산업을
가져온다. 저숙련 노동자들이 있는 곳에는 저기술 산업이 오고 고급기술 인력이
많은 나라에는 고급기술 산업이 입지한다. 노동자들의 기술수준이 향상되면 산
업구조도 개선된다. 잠재력이 큰 기업가가 동남아에 있다고 해도 현재의 인적 자
원으로는 아이디어를 다 펼치고 기업을 성장시키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동남아가 외국인투자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외국인투자를
유치할 때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은 기술과 시장을 바꾼다는
전략을 사용했다.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다국적기업들을 경쟁시킬 수 있었
다. 동남아가 경제통합으로 시장을 키우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역내의 경제발전 격차가 줄어들어야 한다. 아무리 경제통합이 된다고 해도 격차
를 줄이지 않고는 형식적 통합에 불과할 것이다. 경제적 격차 해소는 동남아의 경
제정책의 조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끝)

PS / 편집자 주

  1. 아직 BTS가 등장하기 이전인 싸이 시절에 작성된 글임
  2. 물론 이같은 진단은 2022년 에도 여전히 유효함. 동남아 경제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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