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베트남 1020대가 틱톡에 열광하는 이유

O 한국에서 인기 없는 틱톡이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O 어떤 매력으로 틱톡이 1020대를 끌어들이고 있을까?
O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을 위해 틱톡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

글 | 유영준

작성일 | 2021년 9월 14일


2020년 1월 한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화제가 된 노래가 있다. 바로 지코의 '아무 노래'이다. 지코는 자신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아무 노래 챌린지"를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되었다. 연예인들부터  일반인들까지 챌린지에 동참했다. 베트남의 김태희라 불리는 인기스타인 치푸Chi Pu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 노래 챌린지를 올리면서 베트남 전역에 아무노래 열풍이 불게 된다. 페이스북과 틱톡에서 일반인들까지 아무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2020년 1월 가장 많이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 흥얼거린 노래는 한국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였다.

2020년 9월 11일 블룸버그는 바이트댄스(틱톡의 모회사)가 동남아로 눈을 돌려 싱가포르를 거점을 삼을 방안을 추진 중이라 발표했다.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중국의 테크 기업들이 동남아로 공격적인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틱톡은 화웨이와 함께 미국의 제제를 받는 기업이 되어 활로를 모색하는 방안으로 동남아를 선택한 것이다. 필자는 베트남에서 경험한 1020대들이 틱톡에서 노는 모습을 주목했다. 틱톡이 어떻게 사용자를 모으고 플랫폼에 머무르게 하며 열광하게 했는지 생각해보았다.

자신을 뽐내는 공간

'아무 노래 챌린지' 를 보면 홍보비 한 푼 안 들이고 성공적으로 노래를 유행시켰다. 그런 면에서 지코는 탁월한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노래를 퍼트리게 했다. 지코는 자기 노래를 이용하여 노는 공간만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베트남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층은 당연히 젊은 10,20대다. 이 세대는 1995년 도이머이 정책 이후 고성장을 하는 베트남 경제 상황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구문물이 밀물듯이 쏟아져 들어왔고, 스마트폰을 어릴 때부터 쥔 그들에게 SNS는 곧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에 개방적이며, SNS에서 자신을 뽐내고 표현하고 싶어한다.

유독 베트남 사람들의 사진 찍기 사랑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지코의 노래 챌린지 이외에 눈여겨 본 온라인 놀이는 또 있다. 2021년 2월에 SNS 상에서 핫하게 유행한  세탁기 시점 셀카였다.

세탁기 안에 카메라를 넣고 세탁기가 바라보는 자신을 찍는 방식이었는데, 인플루언서,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다들 동참해서 세탁기에 머리를 집어넣고 사진을 찍었다. 별거 아니지만, 일종의 그들만의 놀이인 셈이다. 만약 LG나 삼성 세탁기가 이를 통한 마케팅을 함께 했더라면 성공적인 마케팅이 되지 않았을까?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놀이 형식의 마케팅이 눈에 띄었다. 허리가 가늘면 가늘수록 할인을 더 해주는 마케팅이다. 베트남 내 몇몇 카페에서 챌린지를 시작한 이후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많은 가게에서 이 마케팅을 하는 게 보였다. 특히 3월 8일 여성의 날과 겹치면서 이 챌린지가 더 빛이 났다. 하는 법은 간단하다. 점점 좁아지는 틈 사이를 통과 성공 할 수록 할인율이 높아진다. 함께 즐기며 SNS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마케팅까지 진행하는 사례이다.

베트남 인플루언서이자 댄서인 Quang Dang이 인스타와 틱톡으로 손 씻기 댄스를 올린 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순식간에 SNS를 통해 자신만의 손 씻기 댄스 챌린지가 열렸고, 미국까지 화제가 되면서 빌보드에 소개가 되기도 한다. 단순한 율동으로 코로나19 사태에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 예방 캠페인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홍보가 힘든데 즐거운 댄스로 SNS 놀이로 만드니 자발적으로 손 씻기 캠페인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기업들도 단순히 선물을 주거나 일방적인 광고 보다 함께 어울려 노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마케팅으로 공략하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탁기 시점에서 바라보는 셀카 유행

트렌드의 주도는 틱톡에서

이 모든 놀이의 출발은 틱톡이다. 한국에서는 틱톡 인기가 시들하지만 베트남에서 주요 SNS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틱톡에서 만든 영상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틱톡은 짧은 호흡의 영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타 플랫폼 보다 빠르게 영상들을 볼 수 있어  베트남에서 특히 사랑받고 있다. 중국에서 트렌드가 유입 되다 보니 작위적인 설정이 들어간 영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리얼리티와 조작을 싫어하는 성향과 반대이다보니 한국에서 인기가 덜하지만 중국과 정서가 비슷한 베트남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틱톡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종 챌린지부터 K팝 커버 노래나 댄스, 성대모사나 코미디, 유행하는 밈 영상들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며 나온다. 베트남에서 재밌고 유행하는 트렌드는 틱톡에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먼저 틱톡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노래와 유행이 지금 베트남에서 인기가 있는지 틱톡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의 시선이 아닌 베트남의 정서를 파악하여 현지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한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위 사례들이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짧은 영상으로 시작한 틱톡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만든 SNS 플랫폼이다. 15초의 짧은 영상에 기승전결뿐만 아니라 반전까지 있는 하나의 완성된 영상을 보여 주는게 특징이다. 짧은 시간에 완성된 영상을 만들려면 핵심만 들어가야 한다. 그만큼 순간 몰입과 임팩트를 가져다주어 사람들이 잠깐의 지루함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머물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필자는 베트남에서 처음 틱톡을 만났다. 10,20대 친구들이 하루 종일 틱톡을 보는 모습을 보았다. 틱톡이 무서운 점은 사람들이 어플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는 데에 탁월하다는 점이다. 틱톡의 가장 강력한 기능인 무한 재생이다. 틱톡은 앱을 실행하자마자 추천 영상이 재생된다. 뭘 따로 할 겨를도 없이 15초 영상이 끝나면 자동으로 바로 다음 영상이 실행된다.  중간에 바로 내려도 마치 이어진 영상처럼 부드럽게 다음 영상이 재생된다. 심지어 광고도 다음 영상 처럼 자연스럽게 나온다.  정신을 차리면 나도 모르게 계속 스와이프 하고 있는 모습을 만난다. 중독성이 대단하다. 30개 이상, 50개 이상의 영상들을 시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15초이지만 수십 개 영상들이 모이면 30분 이상, 1시간 이상 틱톡에 머무르게 된다. 현재는 60초 영상과 사진영상 기능도 추가되며 더욱 다양한 영상들이 틱톡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잡고 있다.

틱톡은 광고의 거부감 적다는 것도 특징이다. 페이스북은 피드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맞춤 광고를 제공했고, 유튜브는 5초 광고로 사용자들이 광고를 시청하지만 불편을 최소화했다. 틱톡은 앱을 시작할 때 전체 광고가 짧게 나오고 바로 시작한다. 중간에 광고가 나와도 그냥 넘기면 넘어간다. 무조건 봐야 하는 최소 시청 시간도 없다. 이용하면서 광고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광고도 점점 광고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영상들로 발전하여 가끔 광고인지 모르고 볼 때도 있었다. 점점 빈번하게 광고가 등장하여 불편하게 느껴지는 페이스북에 비하면 틱톡은 유저 중심적인 방향이라 생각한다.

글로벌 확산

틱톡에서 유행한 컨텐츠가 글로벌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자동 번역 기능이다. 대부분 컨텐츠들이 자국어로 생산 되다보니 영어가 아닌 컨텐츠는 해외로 확산이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틱톡에서는 자동으로 번역이 되어 인기와 재미만 있다면 전세계에 노출이 되었다. 번역의 수준이 높지 않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는 수준을 보였다. 컨텐츠들이 자국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닌 전세계가 함께 즐기며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제로투 댄스도 틱톡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확산된 좋은 사례이다. 틱톡의 한 유저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가져다가 베트남 노래를 합성하여 만든 영상이 시작이 되었다. 중국에서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고, 틱톡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한국에서도 2021년 상반기 인터넷 방송에서 가장 많이 춘 춤이 되었다. 한국의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베트남 노래에 맞추어 일본 애니메이션 춤을 출지 누가 알았겠는가? 전세계적 열풍을 가지고 온 틱톡의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재밌는 영상을 만나거나 좋은 노래를 들으면 어떤 노래인지 궁금한 적이 많았다. 틱톡은 영상에서 사용되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또한 음악을 클릭하면 그 음악으로 만들어진 다른 컨텐츠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유행이 되는 노래나 댄스를 알려주면서 사람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한다. 가장 큰 수혜는 바로 K-POP 이다. 필자는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 노래를 알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뜻도 모르지만 틱톡에서 이 노래를 배경으로 영상을 많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틱톡은 가장 강력한 K-POP 홍보 플랫폼인 셈이다.

베트남에서 K-POP 컨텐츠 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커버 댄스와 챌린지 영상이다. 호치민 광장에 놀러가면 종종 K-POP 커버 댄스를 추는 젊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처럼 사람들이 스스로 짧은 댄스를 챌린지에 도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필자가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봤던 K-POP 댄스는 블랙핑크였다.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걸그룹이다. 특히, 중소 기획사의 아이돌들에게 틱톡은 주요한 홍보수단이 되어준다. 틱톡에서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홍보가 부족한 이들에게 틱톡은 기회의 장이 되어주고 있다.

틱톡에는 샵 검색 기능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찾아 볼 수도 있고 현재 가장 핫 한 컨텐츠들이 무엇이 있는지 빠르게 트렌드 파악이 가능하다. 마케터 혹은 시장조사가 필요한 기업들이라면 틱톡의 샵 검색을 면밀히 조사해야한다고 본다. 틱톡에서 유행이 만들어지고 타 플랫폼으로 확산되는 형식은 동남아에서 기본적인 확산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PS.

1. 경쟁자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유튜브 모두 짧은 영상 서비스를 출시.  틱톡의 파워 입증

2. 틱톡은  2021년 미국 상장을 추진도중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홍콩 증시 상장으로 목표 변경.  상장 역시  2022년 말로 목표 변경.

3. 창업자 장이밍張一鳴 은 2021년 11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 과연 틱톡의 미래는?

틱톡에서 시작되어 전세계적 유행이 된 제로투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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