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반군부 개혁세력의 약진: 프어타이당 vs 까우끌라이당

작성일 : 2023년 4월 8일

글 | 김 홍 구 (전 부산외대 교수)


반군부 개혁세력의 중심에는 프어타이당(For Thais Party)과  까우끌라이당(Move Forward Party)이 있다. 새로운 선거제도에 따라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해 제1당이 예상되는 정당은 탁씬 계열의 프어타이당이다. 이전 총선 때와 달리 지역구 의석이 50석이나 늘어난 만큼 의석수 확보의 기회도 늘었으며 비례 대표 의석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탁씬계 정당들은 2006년 군사쿠데타로 탁씬이 축출된 이후 모든 총선에서 제1당을 고수해 왔다. 지역적으로 가장 많은 유권자를 확보하고 있는 동북부뿐만 아니라 농민과 도시빈민의 절대적 지지까지 얻고 있기 때문이다. 프어타이당은 탁씬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텅탄 친나왓(Paetongtarn Shinawatra, 1986년생)을 차기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패텅탄은 대다수의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저임금 두 배 인상, 대졸자 최저임금 2만 5,000바트(한화 약 93만 원) 보장, 농민 소득 세 배 증대, 의료 보장 범위 확대, 방콕 대중교통 요금 인하 등 탁씬 계열 정당들의 전가의 보도인 포퓰리즘 정책을 발 빠르게 제시했다.

실질적 총리 후보 'Srettha'

프어타이당이 제시한 3명의 총리 후보 중 패텅탄에 이어 눈여겨 볼 후보는 쌘씨리 부동산개발업체의 쎗타 타위씬 회장(Srettha Thavisin, 1963년생)이다. 그는 패텅탄 총리 후보를 대신할 히든카드로도 불린다. 선거기간 중 득표전략으로 탁씬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패텅탄을 첫 번째 총리후보로 내세웠지만 산적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 결국은 쎗타로 후보교체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경제전문가인 그는 CEO만을 국한한 총리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패텅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흥미있는 대목으로 눈여겨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패텅탄의 부친인 탁씬 전 총리 정권(2001~2006년)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무너졌다. ‘탁시노믹스(Thaksinomics)’라고 불린 탁씬의 경제정책 노선은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 받으면서도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쿠데타 후 부인의 토지매입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로 2년 실형을 판결받고 해외망명 중인 탁씬은 지금도 정치적 복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프어타이당 내에서 그의 딸의 역할은 당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표시라고 볼 수 있다.

탁씬은 얼마전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그의 귀국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쿠데타는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1967년생) 정부(2011~2014년)의 탁씬 사면추진이 주요계기가 되었다. 탁씬은 현재 프어타이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귀국시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그의 귀국은 정치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 분명하다.

급성장 까우끌라이(전진당)

프어타이당의 연립정부 주요 가능 파트너는 까우끌라이당, 품짜이타이당, 쁘라차티빳당, 팔랑쁘라차랏당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앙숙인 쁘라윳 총리와 루엄타이쌍찻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프어타이당이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당은 까우끌라이당이지만 정치 성향이 겹쳐 총선과정에서 경쟁적인 위치에 있다. 프어타이당이 탁씬 총리 귀국을 보장받고 팔랑쁘라차랏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까우끌라이당의 전신은 아나콧마이당(Future Forward Party)이다. 아나콧마이당은 2019년 선거에서 무려 81석을 얻어 돌풍을 일으켰으나 군사정권에 대한 강경노선을 고수하면서 다양한 법적 문제에 직면하던 중 2020년 2월 21일 정당 기부금 불법 수령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으로 해산되었다. 해산 후 새로 만든 정당이 까우끌라이당이다.

까우끌라이당은 사회민주주의 진보정당으로 군부와 왕실에 가장 적대적이다.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1980년생) 까우끌라이 당 대표는 2019년 총선에서 아나콧 마이당 소속 비례 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으며 정치무대에서 참신한 이미지로 각종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프어타이당의 패텅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정치의식이 크게 성장한 MZ세대, 진보적 지식인들과 학생운동세력들의 지지는 총선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최근 주요 정당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까우끌라이당은 프어타이당에 이어 두 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까우끌라이당은 프어타이당과 지지세력이 겹쳐 총선에서 경쟁적인 관계에 설 것이지만 총선 후에는 연정구성을 원하고 있으나 친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이나 루엄타이쌍찻당과의 연정 가능성은 절대배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까우끌라이당은 프어타이당과 확실히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으며 총선 후 반군부 개혁세력간의 연정 구성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2019년 미래당 돌풍

2014년 쿠데타 이후 끊임없이 반군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왔던 MZ세대 운동가들은 정치 세력화에 성공했으며, 이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이 까우끌라이당이다. 까우끌라이당은 유사한 정치이념을 갖는 프어타이당과의 차별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1인 2표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분리해서 양당에 골고루 투표하도록 유권자를 유도하겠다는 것도 선거전략의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2019년 총선에서 까우끌라이당의 전신인 아나콧마이당은 비례대표의석 총 150석 중 3분의 1인 50석을 차지해서 모든 정당 중 가장 많이 비례대표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되었다.

2019년 총선에서 최대 이변은 창당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정당 아나콧마이당의 예상을 뛰어넘은 선전이었다. 2001년부터 전승무패 신화를 달성해 온 탁씬계 프어타이당이 제 1당임에도 불구하고 과반에 턱없이 부족한 의석수를 기록한 것과, 태국 기득권층을 대표하며 약 70년의 역사를 가진 최장수 보수정당 쁘라차티빳당이 몰락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아나콧마이당은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나콧마이당은 군부통치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면서 기존정당들과 차별화되는 정강정책을 제시하고 소셜 미디어 캠페인에 의존해 선거를 치러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총선에서도 까우끌라이당은 MZ세대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형법 112조 개정에 대해서 가장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어서  정치적 파란도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이미 총선후 연정 조건으로 왕실개혁을 거론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제안한 정당들도 생겨나고 있다. 프어타이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개혁주의 진영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군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징병제 폐지, 군규모 축소, 장군수 감소 등의 정책도 제시되고 있다.

MZ 세대의 표상

2022년 12월 태국 내무부 행정국 자료에 따르면 태국의 총유권자수 53,067,207명 중 18-25세(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12.80% , 26-41세(Y 세대) 28.90% , 42-57세(X 세대) 30.80%, 58-76세(베이비부머세대) 22.60% , 77세 이상 (사이런트세대) 4.90%이다. 대체적으로 이 중 프어타이당은 X세대 이상에서 지지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까우끌라이당은 상대적으로 Y세대 이하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단위 각 종  총리후보 선호도 조사와 정당 선호도 조사에서 대체로 프어타이당이 1위, 까우끌라이당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방콕시민만을 대상으로 한 선호정당과 총리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모두 까우끌라이당이 프어타이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Z세대만을 대상으로 한 총리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까우끌라이당의 피티 림짜른랏이 1위를 차지했다.

양당 관계는 총선이후 연립정부 구성에서도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은 양 당이 반군부 개혁세력측에 같이 서 있지만 실용주의 정치를 추구하는 프어타이당과 이상주의 정치성향이 강한 까우끌라이당이 함께 정부를 구성할 경우에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총선 후 정국?

5월14일 총선이 실시되면 7월 중순 새 의회가 개원하고 7월 말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주요 정당들이 추천한 총리 후보는 다음과 같다. 프어타이당 패텅탄 친나왓(이외 쎗타 타위씬), 까우끌라이당 피타 림짜른랏 당대표, 팔랑쁘라차랏당 쁘라윗 웡싸원 당대표, 품짜이타이당 아누틴 찬위라꾼 당대표, 쁘라차티빳당 쭈린 락싸나위씻 당대표, 루엄타이쌍찻당 쁘라윳 짠오차이다.

각종 총리와 정당 선호도조사 결과는 1강(프어타이당) 2중(까우끌라이당과 루엄타이쌍찻당)구도로 나타난다. 2023년 3월2일부터 8일까지 전국적으로 실시한 NIDA Poll 에 따른 총리후보 선호도 순위는 패텅탄 친나왓(38.20%), 피타 림짜른랏(15.75%), 쁘라윳 짠오차(15.65%)순이다. 가가 정당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선호도는 프어타이당(49.75%, 49.85%), 까우끌라이당(17.40%, 17.15%), 루엄타이쌍찻당(11.75%, 12.15%)순이다.

총선 후 각 당은 합종연횡하여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총리를 선출하게 될 것이다. 총리로 선출될 인물은 하원뿐 아니라 최소한 상원의 일부 지지도 받을 수 있는 인물 중에서 선택돼야 한다. 각 정당이 추천한 후보가 총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과반 의석인 376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상원 지지 없이는 하원에서만 376석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 다당제 정치구도 하에서 어떤 1당 단독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2014년 쿠데타 이후 모처럼만에 친군부 보수세력의 분열 상황에서 치러지는 총선의 결과가 진정한 정권교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군부 개혁세력들이 상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거나 하원에서 절대 다수석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탁씬은 상원 의원 중 수 십명은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의미 있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번 전진당 체제의 주역 피타 림짜른낫
2019년 미래당 돌풍의 주역 타나톤
실질적인 프에타이당 총리 후보 쎗타
탁신의 딸 패텅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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