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한국보다 적은 사망자 기록한 동남아 국가들, 통계조작인가 한계인가?
O 예상 수치의 10% 이하로 기록된 경우도 태반...추세선 확인만 가능
O 제3세계 국가체제의 한계인지, 아니면 이를 방치한 선진국의 책임도 있는지 고민해야
글 | 정 호 재
작성일 | 2022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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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순식간에 전세계에서 존재감을 잃고 있다. 2022년 4월까지만해도 전세계를 덮친 "오미크론" 탓에 전전긍긍하던 생각을 하면 상전벽해다. 이 같은 현상은 동남아시아 지역 역시도 마찬가지다. 5월 이후에는 빠르게 일상으로의 회복을 이뤄가고 있다. 여전히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스크'를 쓰고있다고는 하지만, 상대방이 마스크를 안 쓴다고 별로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6월부터는 사실상 코로나 해방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1. '델타'의 파괴적 위력
지난해 남아시아는 델타의 위력이 무릎을 꿇었었다. 인도에서 시작된 델타 폭발은 인접국, 파키스탄 이란, 방글라데시,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지까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싹쓸이하며 9월까지 기승을 부렸다. 델타 변이의 치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폐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숨을 못 쉬게' 만드는 코비드-19의 가장 치명적인 변이였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이른바 저개발 국가들이 집중된 지역이다. 삶의 조건이 턱없이 부족하고, 특히 사회 인프라인 '공공병원' '의료보험'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형편없다 보니, 그 피해가 눈눈덩이 처럼 커졌더랬다. 더구나 도시 빈민들의 삶의 형태는 대략 다 알고 있듯이, 비좁은 10여 평 방에 5~8명이 모든 것을 공유하는 극악의 조건이다. 코로나 변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특히 인디아인들은 인도양 전체에 폭넓게 퍼져서 살고 있다. 인도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가 아프리카-중동-동남아로 퍼지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인도는 3~6월에 폭발했는데, 동남아는 곧이어 4월부터 8월까지 막대한 사망자를 안기며, 그야말로 사회를 초토화해 놓고 말았다. 거의 모든 국가가 강력한 이동제한으로 2021년 하반기를 보내야 했던 것도 물론이다.
2. 사망자 수?
그런데, 국가별로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를 보면 조금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리 기준으로 봐도 너무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일단, 인도의 사망자 통계부터 살펴보자.
INDIA : 52만 5천 명 (인구 13억 8천)
이란 : 14만 1명 (8천 4백만)
파키스탄: 3만 명
방글라데시 : 3만 명
미얀마 : 2만 명
베트남 : 4만 3천 명
캄보디아: 3천 명
영국 : 18만 명 (인구 6천7백만)
일본 : 3만 명
미국 : 1백만 명 (3억 3천만)
한국 : 2만 4천 명 (5천 3백만)
3. 미얀마의 경우
미얀마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델타의 창궐은 특히 양곤이나 만달레이 같은 대도시 시민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병원 시스템이 작동을 안 할 뿐만 아니라 "산소호흡기" 수입이 극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델타 변이를 직격탄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인도의 바로 인접국으로 지리적으로 인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양곤 시내에 몰려드는 '시체'를 처리하지 못해 7월경부터는 아예 화장장 옆에 공동묘지를 마련해서 화장 없이 곧바로 땅에 묻는 일까지 빈번하게 이뤄졌다. 의료보험이 없으니 치료를 받을 수도 없고, 누가 어떤 병으로 어떻게 죽었다는 통계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래서 양곤 시내 1일 화장장 처리시설의 1일 최대치를 1천여 명으로 보고, 델타가 창궐할 무렵 10만에서 20만까지 양곤에서만 죽어갔다는 추정치를 공유할 정도였다.
당시 양곤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냐면, 양곤 시내에서 현지인 60여 명을 고용한 한 다국적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부모 양쪽을 잃은 경우가 6명이 나왔다고 한다. 집안에서 1명이 죽은 경우는 부지기수였고 말이다. 다국적 기업에 취직한 집안은 상당한 중산층에 속할 텐데도 이 정도였다. 미얀마에서 최상류층에 속하는 한국 교민조차도, 겨우 2천여 명도 없었던 시점에 10여 명 가까이가 코로나로 죽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공식 통계는 3만 명에 그친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미얀마의 인구는 5천 3백만에서 6천만까지 추산된다. 적어도 영국 정도가 죽었다고 해도 20만이고, 조금 더 심각하게 상황을 본다면 6~70만까지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4. 태국과 비엣남의 경우
태국은 동남아에서 '바트 경제권'을 가질 정도로 가장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다. 베트남보다 훨씬 잘 살고, 인구가 적은 말레이시아보다 더 많은 산업을 가진 나라다. 태국의 경우는 그나마 통계가 정확하게 잡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4백50만 발병에 3만 명 사망에 머물고 있다. 과연 이 통계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베트남도 엇비슷하다. 1천만 명 감염에 4만 3천 명 감염이라고 한다. 인구 비율로 봤을 때 태국과 베트남이 엇비슷한 사망자 통계를 낸 게 조금 수상하기는 하다. 인구비례가 너무 딱 맞기 때문이다. 7천만 : 1억 = 3만 : 4만 3천, 마치 서로 참고해서 발표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의 적당한 비례관계다.
태국과 비엣남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초강력 '락다운정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한 국가들이다. 국가의 힘이 중국처럼 너무 쎈 나라들이기 때문에 가차 없이 구역별로 지구를 나누어, 그 밖으로 절대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통제책으로 코로나를 막아선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도 비교적 명확하다. 의료시스템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환자들이 병원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의료시스템이 붕괴하는 건 한순간이다. 결국, 적당히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집에서 격리하고, 예외적으로 심각한 사람만 선별진료 하는 식으로 버텨낸 것이다. 당연히 인도India 미얀마Myanmar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지만, 그 사이 누가 어떻게 죽어 나간 지는 아무도 쉽게 확인하지 못한다.
5. 인권 경시 or 국가의 신성함?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코로나 사망자 통계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단 통계를 신뢰를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혀 의미가 없는 통계는 아니지만, "코로나 창궐 시점" 정도의 의미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도출되지 않는다. 미얀마나 방글라데시에서 고작 3~4만 명이 죽었다는 것을 믿을 사람도 없고, 믿으라고 말할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들 국가 시스템을 비판하는 근거가 되어야 할까? 사실 이 대목이 가장 궁금한 대목이다. 이들 국가는 통계치를 속이고, 수십만에 달하는 무고한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니, 나쁜 정부이고, 사악한 정부라고 비판을 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한국에서도 유럽 정도의 느슨한 방역과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기반한 백신 정책을 펼쳤더라면, 한국에서도 아마도 영국 정도의 사망자가 나왔을 것이다. 영국의 통계는 비교적 믿을 수 있는 게, 영국은 사회주의 정책이 오랜 기간 존속한 나라라, 통계치는 비교적 정확하고, 병원 접근성도 가능한 나라다. 물론 미국의 통계는 믿기 힘들다. 고작 1백만 명이 죽었다고 믿기 힘들다. 코로나 치료 비용 고려하면, 무보험자 40% 정도의 상당수는 병원에 안 가고 홀로 죽음을 맞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까, 영국 정도의 사회시스템에서 20만이 죽었을 가능성을, 한국은 2만 명 대로 막은 것이고, 동남아 국가들은 50~80만까지 늘어났다. 물론 그것 역시 그 나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능력을 써서 막은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WHO나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이 제3세계 지원은 사실상 가장 늦게 이루어졌고, 제3세계는 백신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이른바 맨몸으로 버텨야 했었다. 이것은 불가피한 세계 체제의 한계일까. 아니면 또 바이러스에 취약한 제3세계의 한계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