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캄보디아' 게이트, 대만인 피싱 갈취
작성일 | 2022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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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천만을 돌파한 한국 영화가 마동석 주연의 형사 오락 액션물인 <범죄도시2>다. 베트남 배경 장면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영화가 흥행할 무렵 필자는 비엣남 호치민에 머물고 있었는데, 교민들이 "그 영화는 여기서 상영이 금지되었다"고 한숨을 크게 내쉬며 귀뜸해 주셨다. 당연하게도, 비엣남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그린 영화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미남배우 손석구가 악역으로 등장해 동남아를 배경으로 한국인 관광객이나 투자자를 납치해 협박, 갈취를 하는 내용을 모티브로 삼고 있었다. 2010년경 해외 초청 범죄로 유명했던 "필리핀"을 다시 활용하기에는 조금 식상하니 배경을 인접한 동남아 국가인 '비엣남'으로 살짝 바꾼 것이었다. 실제로 비엣남은 2010년 이후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국가가 되었다. 중국과 필리핀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1. 캄보디아 게이트
당연히 비엣남 당국이나 교민들은 비엣남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영화에 기분이 좋을리는 없을 듯 싶다. "베트남엔 정의가 없고, 한국 경찰 마동석은 정의롭다"는 이분법을 기본으로 깔고 가기 때문이다. 비엣남 치안이 동남아 최상위권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비엣남 대신 캄보디아로 설정하는 게 현실성이 있었을 텐데, 작가나 감독에겐 두 국가가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필자가 캄보디아를 특히 미워해서는 아니다).
최근, 타이완 사람들이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다가 빈번하게 사라지는 사건이 언론에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십여명이 피해를 본 것이 아닌 무려 200~400명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수사 속보에 국제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단순히 도박 피해가 아니라, 강제노역, 인신매매, 마약 피해까지 뒤엉켜 있어 파문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타이완 사람들에게 국제 범죄, 즉 피싱 피해가 급증한 이유는, 단순하게 보면 타이완이 외교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즉, 아세안과 가까워 이동이 쉬운 대신 대사관이 아닌 대표부만 있기 때문에, 여행객이나 교민 보호가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레이 화교라면 같은 아세안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그렇게 당했을 리가 없다. 말레이 화교만 해도 캄보디아에 여러 인맥이 닿고, 실제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 풀어줄 지인들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그렇지 않은 섬나라 대만인들이, 코로나로 발이 묶인 2년간 뚜렷한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다.
2. 중국어 환경
그런데, 이번 사건은 대사관 유무 여부로 단순히 설명될 문제는 아니다. 대만인들이 타겟이 된 결정적 이유는, 사실은 중국어가 된다는 이유가 더 커보인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여행의 자유도 있다. 아시아 사회가 빠르게 온라인 플랫폼에 의지하면서 위챗, 왓츠앱, 페메 등이 보편화되면서 국경을 뛰어넘는 온라인 소통이 가능해 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전자적 통신망을 활용해 해외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꾀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하게 "사기詐欺"를 치려면 중국 본토나 한국 일본 등의 치안이 확립된 국가에서는 어렵다. 중국이나 대만에도 당연히 홍콩의 삼합회나 일본의 야쿠자를 뛰어 넘는 암흑세계가 존재한다. 이런 세력들은 대륙이나 타이완에도 근거지가 있지만, 주로 중화권과 아세안에서 불법 카지노를 운영하며 해외 근거지에 은거해 왔고, 당연히 해외에서 본국인을 상대로 각종 온라인 비즈니스를 일구게 된다.우리도 너무 잘 아는 바로 그 사업이다.
한국인은 중국 연변발 "검사님 사칭" 피싱 전화에 20년 가까이 고통을 받아와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다. 그런데 그게 꼭 한국인에게만 온 전화였을까? 아니다. 그런 피싱 전화나 사기 권유가 중국인과 대만인을 비롯한 아세안 화교에겐 얼마나 더 집중이 되었겠는가? 당연히 중국어 화자가 많기 때문에, 나아가 그런 피싱 공격은 특히 부자 사회인,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에 쏠려 왔던 것이다.
3. 싱가폴 "온라인 만남은 불신"
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상당히 신뢰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조금만 친해지면 오프에서 만나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런 나의 호의가 번번히 무산된 곳이 바로 싱가폴이었다. 싱가폴 사람은 영국 문화 탓인지, 화교 문화 때문인진 몰라도 "온라인"은 철저하게 배격하는 문화였다. 중간에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지 않는 한 쉽게 안면을 트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고향을 떠나온 이방인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은, 사실은 사기꾼과의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눈뜨고 있어도 코베어 가는 게, 이민 사회였기 때문에, 새로운 인맥은 철저하게 친인척 소개로만 서서히 확장하는 게 기본이다.
물론 싱가폴 사회도 2000년대 이후 각종 피싱과 사기 전화에 상당기간 큰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지금도 피싱 관련 범죄에 대한 알림과 계도가 지속된다. 1990년대에는 해외 여행을 가서도 여러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후 국가의 집중적 계도와 알림으로 많이 극복했다고 한다. 싱가폴 전화 번호로 왓츠앱을 깔면, 정말 엄청난 홍보 sms 가 쇄도한다. 대략 중국어로 이런 내용이다.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다.
"싱가폴 오빠, 혹시 홍콩에 오시면 이 번호로 꼭 연락줘요. 화끈한 서비스!!"
"급전이 필요하시면...ㅇㅇ 대출"
"온라인 토토와 카지노는 ○○ 카지노"
4. 제3세계의 약한 주권
필자가 지난번 프놈펜 현지 글에서 쓴 내용인데, 캄보디아에 중국인 사기꾼 or 사업가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다. 중국인들이 사업을 하기 좋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선, 필리핀과 캄보디아, 그리고 라오스까지 딱 이 3개국이 최적의 후보지가 되었다. 건축허가를 받거나 불법 도박 서버를 운영하기 좋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캄보디아 정부가 주권이 약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그렇다. 비엣남이나 태국, 말레이 정부는 아무리 부패는 했다고 해도, 외국인인 중국인이 자국 땅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는다. <범죄도시 2>는 마땅히 현실 인식과 묘사가 틀렸다. 한국 정부가 공조 수사를 요청하거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 당연히 협조한다.
한국인 조폭도 분명이 비엣남이나 싱가폴에서 술장사도 하고 가라오케도 하겠지만, 터무니없을 정도의 불법적인 사업을 크게 벌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당연히 범죄의 핵심은 가장 "약한 고리"를 겨냥하는 법이다. 그런 지역이 바로 캄보디아 같은 주권이 약하고, 부패에 취약한 정부가 있는 땅이 될 수 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국제 공조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 국제화된 범죄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PS.
1. 피싱 범죄에 가장 노출된 아시아 국가는 일본인, 한국인, 대만인, 싱가폴인이 될 수밖에 없음. 다만 일본인은 해외 거주가 적고, 싱가폴은 인구가 적어, 한국인과 대만인 피해가 큰 편.
2. 이번 대만인 캄보디아 납치 사건은, 의외로 파장이 오래 지속될 듯. 대만인은 화교가 아니며 장기간 고립되어 있고 자국 인건비도 낮아 "해외 초청" "해외 취업"에 관심이 높아서 피해가 커졌음.
3. 제3국이 두렵고 위험하다는 것은 사실임. 그래도 용감하게 해외로 나가고, 나가서 사업해야 함. <수리남> 같은 좋은 컨텐츠가 나온 비결임. 일본은 만들기 힘든 소재임.
4. 대만인을 강제노역과 감금, 인신매매로 등쳐먹은 사기꾼들은 캄보디아로 근거를 옮긴 대만 조폭들이라는 설명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