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중국서 유행 중인 비엣남 노래, 일명 '띵띵땅땅' 챌린지
비엣팝은 앞으로 케이팝과 경쟁하나 ①
글 | 정 호 재
작성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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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일보 자매지인 남풍창(南风窗)은 11월 21일, 베트남 대중 음악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越南批量生产 权志龙 (베트남에서 권지용을 양산하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내용은 베트남의 팝 음악도 근래 자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담았다.
1. 中 매체 ‘브이팝’ 주목
해당 기사는 주로 1960년대 이후의 흐름에 주목했는데, 베트남 팝은 월남전 과정에서 주로 미국 음악의 영향을, 1980~90년대에는 중국과 홍콩 대중문화로부터, 2000년대 이후는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문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즉, 베트남 팝의 형성에 있어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주변의 주요 문화 강국들이 전부 관여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기사의 제목으로 “권지용”이라는 2010년 무렵 한국의 대표 아이돌을 본보기로 제시한 점이 흥미로웠다. YG소속 빅뱅의 리더 1988년생 ‘G-드래곤’을 말한다. 그러니까 베트남에서 G-드래곤 유사상품을 대량으로 찍어낸다는 비판이자, G드래곤 대량생산이라는 일종의 칭송이었다.
2010년 이후 베트남에서 한류의 인기는 널리 알려진 얘기다. 아세안에 내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케이팝 러버 선두권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주요 광장에서 케이팝 댄스를 모방(커버)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2. 케이팝 따라하기?
브이팝의 인기곡의 상당수가 케이팝을 카피했거나 분위기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실제 브이팝 최고의 인기 가수인 Son Tung MPT를 포함해 브이팝 인기가수의 MV은 케이팝의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소리를 가리고 보면 국적을 알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 브이팝 관계자들도 최근 자신들이 케이팝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아주 많은 브이팝 인기곡들은 케이팝의 분위기를 차용하거나 리듬을 빌려 쓰기도 한다. 최고 인기 가수 가운데 하나인 손뚱 MPT Son Tung MPT의 뮤비는 BTS의 뮤비와 분위기가 흡사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 그것이 아무런 흠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제이팝을 상대로 거의 같은 모방의 과정을 거쳤다. 일본 연예기획사들은 태국과 베트남에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해 만든 아이돌 시스템을 합작해 운영한 것이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Đổi mới) 이후 꾸준하게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문화교류를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일 것이다.
3. 비엣남, 남중국 접점
두 번째로 주목할만한 대목은, 베트남 팝 시장과 문화의 급성장을 가장 크게 주목하는 지역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중국의 남방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베트남은 한자 사용을 공교육에서부터 거부하는 등 공식적으로는 중국에 대해서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중국의 대중문화와 교류가 깊고 친숙한 편이다. 지리적 인종적 배경 탓에 아세안의 화교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문화소비 행태를 보인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홍콩과 대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최근 베트남 경제는 최근 전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대중문화는 진지한 연구대상이 되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그 때문에 지금 현시점에 베트남의 대중문화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라는 중국 남부 광둥성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한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남풍창’ 기사도 그러한 남방 지역에 관한 관심의 연장선에서 표출이 된 것이다. 베트남 문화에 대한 시사성 관심을 미국을 비롯한 한국이나 일본의 대중 미디어가 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아세안 국가에서도 시도되기 어려운 주제다. 베트남을 주목하고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문화권은 여전히 남중국 이라는 얘기다.
4. 브이팝, 세계로 나가다
애당초 <남풍창>의 기사가 나오게 된 계기가 있다. 근래 브이팝이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친 것이고, 일견 사소해 보이는 현상이지만 그 변화를 중국의 미디어 에디터들이 포착해낸 것이다.
베트남에서 만든 음악으로 전세계적 인지도를 자랑하는 리듬이 2020년 2월에 발표된 Hai Phút Hơn(하이 풋 헌, 의미는 '2분 더'). 베트남 여성 가수인 파오(Pháo)와 음악 프로듀서인 CM1X가 2020년 2월에 공개한 곡이다. 2021년 현재 해당 곡의 유튜브 공식 영상이 28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겨우 2800만?"유튜브에서 이 정도 조회수가 그리 큰 인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을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몽환적인 음률을 중국의 틱톡(Tik Tok)이라는 플랫폼의 사용자들이 주목한 것이다. ‘제로투 댄스’라는 세계적인 댄스 따라하기 문화의 밈(meme)으로 부상, 이후 공식적 배경 음악으로 쓰인 것이다.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중국의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에 퍼진 사례로, 1분짜리 음악이지만 2020년 이후 전세계에서 수백억 회 이상 재생이 되었다.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리듬이 전세계적인 유행이 된 사례다.스마트폰 시대의 ‘세로로 보기’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원산지가 중국이니만큼 중국 유저들이 자신의 문화와 친숙하면서도 조금은 이국적인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골랐는데 하필이면 그 음악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노래였다.
이런 현상은 2022년에도 반복되는데, 황뚜이린Hoàng Thùy Linh의 ‘씨 띵’(See Tình, 일명 팅팅탕탕 송)이 동일하게 틱톡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광둥어와 베트남어의 성조가 비슷한 탓에 그 친숙성으로 생긴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계속)
PS.
1. 제로투 댄스를 아직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깜놀.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금방 다 아심. 유튜브 쇼츠로도 엄청남.
2. "팅팅탕탕 챌린지"는, 아직은 중국 내에서의 인기에 그치는 듯
3. 팅팅탕탕은, 그냥 의성어라고 함. 원곡의 뮤비를 보면 최신의 브이팝 경향을 확인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