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e스포츠로 컨텐츠 혁신을 꿈꾸는 이보스
O 한국 '배달의 민족'도 투자한 이스포츠 회사의 숨은 매력
O 여전히 PC 게임 중심인 한국, 모바일 게임으로 바뀐 아세안
O 이스포츠 한계를 벗어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글 | 유영준
작성일 | 2021년 6월 15일
이보스EVOS란 낯선 이름의 e스포츠 기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보스는 인도네시아 기반의 신생 벤처회사다. 최근 이 기업은 1200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낯익은 한국 기업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바로 한국투자금융, 미래에셋금융, 우아한형제들 등 내노라하는 한국 기업들이 대거 투자사로 참여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같은 달 홍콩 기반 e스포츠 탈론에 하나벤처스도 200만 달러, 약 23억 원을 투자하면서 그 열풍에 동참 했다. 동남아 기반의 신생 e스포츠 회사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보스EVOS가 과연 어떤 회사이길래 한국 투자사들의 지속적인 투자 행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젊은 창업자 '이반 여 Ivan Yeo
이보스의 대표이자 공동창업자는 이반 여라는 싱가포르 출신 젊은 사업가다. 2020 포브스 30세 이하 아시아 젊은 창업가에 선정된 이반 여는 2016년 두 친구와 함께 이보스의 모기업인 ATTN을 창업했다. 이반 대표는 금융회사에서 펀드 관리 일로 커리어를 시작한 뒤 일본과 캄보디아에서 각각 부동산과 식음료 사업을 시작했다.
첫 해 매출이 만 달러에서 2년 만에 백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동남아 e스포츠 기업 중 최초의 기록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년 뒤 매출 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폭풍 성장을 거듭한다. 19년 첫 투자 이후 이번에도 투자를 받는다. 2명의 친구와 함께 시작한 회사는 현재 120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회사가 되었다.
초기 투자를 했던 인시그니아 벤처스Insignia Ventures Partners 탄 잉란 Tan Yinglan은 인터뷰에서 "이보스는 명확한 성장 로드맵이 있었고 각 지역 최고의 플랫폼 및 퍼블리셔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점을 크게 보았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유치로 모회사의 이사진으로 합류하게 된 박상호 한국투자증권 이사 또한 아시아 전역에 자리 잡은 플랫폼이자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이보스, 동남아 5개국 프로게임단 운영
이보스는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총 5개국에 모바일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프리 파이어, 렐름 오브 발러 4가지 게임에서 13개 프로팀을 운영 중이다. 주로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프로팀을 운영 중이다.
이반 여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국가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2억 5천만 명이란 많은 인구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고, 태국의 경우 젊은 층의 높은 소비력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세안의 두 핵심지역인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시작으로 성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것. 추가로 합류한 우아한 형제들이 베트남에서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에 향후 베트남 시장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모바일 게임 중심
한국 프로게임단과 다르게 이보스는 모바일 게임 중심의 프로게임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보스가 진출한 게임은 프리파이어, 모바일 레전드 뱅뱅, 왕자영요, 리그오브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총 5가지 게임이다. 모두 모바일 게임이다. 한국에도 모바일 게임 프로게임단이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PC 기반 위주 프로게임단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과 다르게 이보스는 왜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프로게임단을 구성하고 있을까?
이보스도 PC 게임 프로게임단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다. 2017년 베트남에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을 창단했다. 하지만 2020년을 끝으로 베트남에서 철수를 하게 되고, PC 기반 프로게임단을 모두 정리하며 완전히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한다.
KOTRA가 발표한 태국 게임 시장 규모를 보면 2020년 게임 시장규모는 약 8억 6550만 달러(약 1조 600억원) 이고 이중 71%가 모바일 게임에서 발생했다. 또한 태국 방콕 대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8%가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태국 뿐만 아니다. 말레이시아도 게임 시장 규모의 60% 이상이 모바일이 차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무려 80% 이상 모바일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보스 역시 모바일 게임 위주로 재편한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위주로 프로게임단을 구성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PC 보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은 PC 게임이 먼저 발전하였고, 모바일보다 PC 위주의 이스포츠 프로리그가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동남아 지역은 PC 시장이 발전하기 전에 스마트폰이 먼저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저렴한 중국제 스마트폰 덕분에 PC보다 쉽게 스마트폰을 접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의 결합
이보스의 모기업인은 이미 인터넷 기반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제작에도 오랜 역량을 갖고 있다. 300명 이상 인플루언서를 보유하고 있고 온오프라인 행사 및 광고 대행, 컨텐츠 제작 등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 즉 e스포츠 기업과 엔터 기획 능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60여 명의 프로게이머들과 50여 명의 게임 전문 인플루언서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프로게임단 IP를 활용하여 종합 엔터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이보스는 e스포츠 기업 최초로 농구팀을 창단했다. 지금까지 샬케 04, 파리 생제르맹 등 유명 스포츠구단들이 e스포츠팀을 창단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e스포츠 기업이 오프라인 스포츠팀을 창단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이보스가 창단한 농구팀 이보스 썬더EVOS Thunder는 인도네시아 1부 리그에 올해부터 참가한다.
이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이보스는 인도네시아에서 공포 영화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제작팀이 만들며 e스포츠팀 선수들이 주연으로 등장한다”고 밝혔다. 이보스는 자사가 가진 콘텐츠를 단순히 e스포츠팀 운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사업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e스포츠 팀 관계자도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스포츠는 종래의 스포츠 사업 모델과 엔터테인먼트 모델을 함께 가지고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이 참고해야"
이보스가 혁신적인 이유는 e스포츠의 기존 선진국이 아닌 동남아 지역에서 한 발 빠른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세안에는 젊은층 인구가 많고, 인터넷과 모바일 인프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높은 시장성을 가진 차세대 유망 지역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많은 투자사들이 동남아 신규벤처 기업에 관심이 높다.
이보스는 단순 게임구단이 아닌 종합 엔터테이먼트 회사로 브랜드 확장을 이루고, 기존 스포츠단을 창단하며 팬층을 확대시키고 있어 그 미래 성장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한국의 여러 e스포츠 팀이 참고할만한 성공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PS.
1.이보스는 e스포츠 구단의 자체 NFT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식품 브랜드도 갖고 있음.
2.동남아에도 PC방이 있지만, PC 중심의 게임이 아닌 스마트폰을 PC에 연결해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
3. 베트남 포함 동남아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게임"으로 유명함.